도쿄국립박물관은 한 번에 완성된 박물관이 아니라 1909년부터 1999년까지 시대마다 다른 건축 언어가 차곡차곡 더해진 공간이다. 효케이관, 본관, 동양관, 호류지보물관은 각각 서구화, 정체성 회복, 동양미의 해석, 보존과 공개라는 고민을 건축으로 남겼다.
[내용]
도쿄국립박물관 건축 특징을 처음 마주하면 단순히 “오래된 박물관이구나” 하고 지나치기 어렵다. 우에노 공원 북쪽의 한 부지 안에 1909년부터 1999년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건물이 차례로 놓여 있고, 그 사이에는 단순한 증축이 아니라 앞선 건물과 다음 건물이 서로 대화하는 듯한 긴장이 흐른다.
서울의 많은 건축이 새로 짓고, 고치고, 빠르게 바꾸는 방식으로 도시의 속도를 보여준다면, 도쿄국립박물관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기존 건물을 쉽게 지우지 않고, 그 옆에 다음 시대의 답을 조심스럽게 얹어왔다. 그래서 도쿄국립박물관은 건물 하나를 보는 장소라기보다, 90년에 걸친 공간 기획의 판단을 읽는 장소에 가깝다.
도쿄국립박물관이 특별한 이유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처음부터 완벽한 마스터플랜으로 다섯 개 건물을 한꺼번에 세운 공간이 아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하나씩 더해졌고, 그때마다 기획자들은 같은 질문 앞에 섰다. 이미 무언가가 들어선 땅 위에 다음 건물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건축이 단순히 외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 시대의 건물이 만든 분위기, 축선, 시야, 재료감, 상징성을 모두 읽은 뒤 그다음 건물이 들어서야 했다. 무심코 새 건물을 놓으면 부지는 흐트러지고, 지나치게 옛 건물에만 맞추면 자기 시대의 목소리를 잃는다.
왼쪽에는 1909년의 효케이관, 정면에는 1938년의 본관, 오른쪽에는 1968년의 동양관이 자리한다. 여기에 1999년의 호류지보물관과 헤이세이관까지 더해지면서 이 부지는 박물관이면서 동시에 시대별 건축 언어가 쌓인 거대한 기록물이 되었다.
효케이관은 메이지 시대가 유럽을 향해 보낸 선언처럼 보인다
도쿄국립박물관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본관이 아니라 효케이관이다. 1909년, 훗날 다이쇼 천황이 되는 황태자의 결혼을 기념해 세워진 이 건물은 일본이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했던 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품고 있다.
네오바로크풍 외관, 대칭적인 구성, 입구의 사자 조각, 세월을 먹고 푸르게 변한 돔은 당시 일본이 유럽식 건축을 얼마나 강하게 의식했는지 보여준다. 막상 앞에 서면 장식이 많은데도 가볍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메시지를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1923년 관동대지진은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 박물관의 상징이던 벽돌조 건물이 무너지면서, 서양식 건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효케이관은 살아남았지만, 그 이후 들어설 건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서구 모방으로 갈 수 없었다.
본관은 무너진 서양식 건축 위에 일본식 정체성을 덧씌운 건물이다
1938년에 완성된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은 관동대지진 이후의 답처럼 등장한다. 설계 공모를 거쳐 지어진 이 건물에는 단순한 박물관 재건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무너진 서양식 벽돌 건축 대신, 일본은 무엇을 자기 건축의 얼굴로 삼을 것인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서양식 콘크리트 구조 위에 일본식 지붕을 얹은 재관양식이다.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사람처럼 어딘가 어색하지만, 바로 그 어색함이 당시 일본 사회의 정체성 고민을 드러낸다. 이 건물을 단순히 전통적인 일본풍 박물관으로만 보면, 그 안에 담긴 시대적 불안과 정치적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본관 내부의 대리석 계단과 웰홀은 지금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중앙 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이어지는 아치, 돌바닥에 울리는 발소리, 넓게 펼쳐지는 계단이 몸을 먼저 압도한다. 이 공간이 여러 광고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인 이유도 이해된다.
전시 동선 역시 일본 미술의 흐름을 몸으로 따라가게 만든다. 1층과 2층을 이동하며 조각, 도자, 칠기, 일본미의 연대기를 지나가다 보면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기억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양관은 콘크리트로 번역한 실크로드의 창고 같다
1968년에 들어선 동양관은 본관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고도성장기의 일본이 자신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인식하던 시기, 동양관은 그 자신감을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설계자는 다니구치 요시로. 전통과 모더니즘을 한 건물 안에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를 오래 고민한 인물이다.
동양관의 외관은 얼핏 콘크리트 건물인데, 자세히 보면 목조 건축의 기억이 배어 있다. 깊게 돌출된 처마, 기둥 상단의 형태, 격자 루버, 은근한 박공 지붕의 기울기까지 모두 전통 건축의 감각을 현대 재료로 옮긴 장치처럼 보인다.
내부는 더 흥미롭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어지는 구조 사이에 중간층을 끼워 넣은 스키플로어 방식이라, 관람 동선이 단순히 위아래로 나뉘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천장 높이와 빛의 온도가 달라지고, 공간은 마치 동굴처럼 깊어졌다가 다시 열리는 리듬을 만든다.
이 동선은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이집트로 이어지는 동양 미술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전시를 보며 걷다 보면 동양관이 단순한 전시실이 아니라 실크로드를 압축한 건축적 여행처럼 느껴진다.
호류지보물관은 건축이 스스로 조용해지는 방식으로 유물을 살린다
1999년에 완성된 호류지보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 안에서도 가장 조용한 긴장을 가진 건물이다. 이곳은 나라 호류지가 황실에 헌납한 300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공개하기 위한 공간이다. 7~8세기 아스카·나라 시대의 금동불과 목조 조각처럼 예민하고 오래된 보물이 중심이다.
설계자는 다니구치 요시오다. 동양관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로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전통과 모더니즘을 나란히 세우는 방식으로 답을 냈다면, 아들은 호류지보물관에서 건축이 최대한 조용해지는 길을 택했다. 유물이 말하게 하고, 건물은 뒤로 물러나는 방식이다.
입구 앞의 얕고 넓은 수반, 대각선으로 놓인 석제 통로, 정면으로 곧장 밀고 들어가지 않게 만드는 동선은 모두 의도된 장치다. 직선으로 들어가고 싶은 몸을 살짝 비틀게 만들고, 그 사이에 물과 빛, 건물의 반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내부는 유리와 알루미늄의 현대적 외피 안에 라임스톤 전시 박스를 넣은 이중 구조다. 온도, 습도, 자외선을 통제하면서도 관람객에게 유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전 공간이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릴 정도로 보존에 민감했다면, 새 보물관은 보존과 공개라는 충돌하는 조건을 건축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도쿄국립박물관을 다르게 보는 방법
건물을 예쁘다, 웅장하다 정도로만 보지 말고 “왜 이 위치에, 왜 이 시기에, 왜 이런 형태로 들어왔을까”를 따라가면 공간이 훨씬 입체적으로 읽힌다.
헤이세이관까지 더해지며 도쿄국립박물관은 시대의 층을 완성한다
본관 뒤편의 헤이세이관은 1999년에 완공됐다. 나루히토 황태자의 결혼을 기념해 기획된 건물이라는 점에서, 1909년 다이쇼 천황의 결혼을 기념해 세워진 효케이관과 묘하게 이어진다. 90년의 간격을 두고 황실의 두 세대가 한 부지 안에 건축으로 남은 셈이다.
이런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도쿄국립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일본이 각 시대마다 어떤 상징을 건축으로 남기려 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효케이관은 서구를 향한 열망, 본관은 재난 이후의 정체성, 동양관은 아시아를 향한 시선, 호류지보물관은 보존과 공개의 균형을 말한다.
막상 이 흐름을 알고 경내를 걸으면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건물 하나하나가 따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선 건물이 던진 질문에 다음 건물이 조용히 답하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도쿄 건축 여행에서 이곳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
도쿄국립박물관은 유명한 전시품 때문에만 갈 곳이 아니다. 도쿄 건축 여행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곳은 도시를 읽는 출발점에 가깝다. 새것만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과 협상하며 다음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울과 도쿄의 차이를 단순히 스카이라인이나 규모로만 비교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중요한 것은 오래된 것을 남기는 방식, 새 건물이 들어올 때 기존 질서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감각을 남기는지다.
도쿄국립박물관의 진짜 매력은 건축물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시대의 판단이 보인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곳을 보고 나면 도쿄의 다른 건물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걸 누가 왜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효케이관의 녹색 돔, 본관의 웰홀 계단, 동양관의 콘크리트 기둥, 호류지보물관의 비틀어진 진입로는 모두 각 시대의 기획자가 남긴 답이다. 그리고 그 답들이 한 부지 안에 나란히 서 있기 때문에 도쿄국립박물관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는 꽤 좋은 교과서처럼 남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 ‘페이지룸8’에서 작가 정직성의 개인전 ‘표석 HEAD STONE’이 진행된다. 정직성의 작업은 정신적, 물리적 지형과 함께 공명하며 추상회화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역사와 숭고를 다룬 신작 30여점이 소개된다.
정직성은 최근 서울 송파구 풍납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최근 유년기를 보낸 장소로 돌아와 나의 유년기를 마주함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을 겪게 돼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고 말했다.
흘려보내는
페이지룸8에서 열리는 정직성의 이번 전시 ‘표석’은 그의 이름을 알린 시리즈작 ‘연립주택’을 작품 ‘붉은 집’에 담아 소회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정직성의 작업 세계와 그의 작업을 지켜보며 탐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이번 전시가) 큰 변곡점이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붉은 벽돌 하나하나를 쌓은 구축적인 형태는 덩어리진 채 놓여 있다. 허허벌판이나 언덕 위에 한 채의 연립주택이 오롯이 서 있는 형태다. 배경과 구분되는 검붉은색의 브러시 스트로크는 이전 작품 ‘연립주택’에 비해 단순화된 면으로 변했지만 붓질 하나하나가 적확한 위치에 놓여 꽤 명확한 실루엣을 형성한다.
정직성은 지난해 11월경 거주지와 작업실을 풍납동으로 옮겼다. 48번째 이사였다. 그는 이 사건을 기념하듯 풍납동에 있는 갤러리 공간지은에서 개인전 ‘풍납이사 MOVE BACK HOME’을 열었다. 그 이후 묘비를 의미하는 이번 전시 ‘표석’을 준비했다.
전시에는 35㎏에 달하는 시멘트 표석 3점이 등장한다. 박 디렉터는 “3년 전 정직성이 개인전 ‘매일매일의 만화경’을 준비할 때 그에게 ‘헤드 스톤’ ‘장소성’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이사와 일상 그리고 일련의 정서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 그 의미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걸 보니 정직성의 작업은 그의 정신적․물리적 지형과 함께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설명했다.
연립주택과 붉은집
35㎏ 헤드스톤 3점
현재 작가가 생활하고 있는 풍납동은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둔촌동과 거리상으로 가깝다. 누리집에 따르면 백제 시조 온조가 한강 유역에 세운 최초의 도읍지이기도 하다. 풍납동 일대는 1960년대 이후 도시로 변화했지만 원래 토성의 높이가 15m에 이르고 성벽 길이는 약 3.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는 7.9m 내외 높이로 2㎞ 정도의 성벽만 남아 있다.
박 디렉터는 “정직성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풍납동 일대를 함께 걸으며 작품 ‘붉은 집’의 모티프가 된 연립주택들을 볼 수 있었다. 최소 2m 이격으로 빼곡히 늘어선 연립주택과 달리 풍납동의 그것은 한 채를 온전히 사방에서 볼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표석은 정직성만의 폭발적이고 거침없는 추동력이 최근 3년간 겪은 일련의 감정 소용돌이 안에서 다소 늦춰지는 중에 생긴 작업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동안 그가 쌓은 애호의 문화와 다방면으로 행한 기량 그리고 추상회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전진해 왔다. 그러면서도 고통의 문턱에서 강의 느린 유속으로 생기는 삼각주처럼 또 다른 생태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정직성의 삶과 작업 세계에서 어떤 한 부표이자 지표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정직성이 생각하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숭고라는 거시적 공감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역사와 진리를 깨닫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안에서 이뤄지는 동시에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먼 훗날 지금의 표석이 정직성의 풍납동 시절을 이루는 중요한 시발점에 있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예고해 본다”고 덧붙였다.
응어리
정직성은 “덩어리로 뭉쳐 응어리지려는 감정들을 내가 가진 재주로 나름의 예를 갖춰 인정하고 표현해 흘러가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 작품은 사라지는 것들, 다시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에 큰 흔적을 남긴 것들을 기리고 새겨 표석으로 남겨 내 마음에 응어리로 남지 않도록 하는 극복과 정화 작업에 다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페이지룸8
제주 오레브리조트 전경제주 서귀포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손꼽힌다. 바다와 산, 숲과 하늘이 어우러지고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이곳은 국내를 넘어 해외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이 같은 자연 환경의 중심에 럭셔리 리조트 '오레브'가 있다.
오레브 리조트는 삼매봉개발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프로젝트로, 삼매봉개발은 JW 메리어트 제주와 레지던스, 오레브 리조트,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가 함께 조성된 복합관광단지를 개발한 전문 기업이다.
빌 벤슬리가 설계한 제주 오레브리조트 외관
푸른 제주 바다가 내다보이는 오레브리조트 객실
■'머무름' 자체가 작품이 되는 곳, 오레브
오레브 리조트는 단순한 숙박시설이나 세컨드하우스의 개념을 넘어선다. '머무름' 자체를 하나의 가치로 확장한 프라이빗 리조트이자, 삶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멤버십 기반의 하이엔드 프로젝트다. 제주 특유의 희소한 입지와 글로벌 감각의 공간 디자인,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프리미엄 리조트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입지다. 오레브는 서귀포 핵심 관광권역에 자리하며, 제주 올레길 7코스와 인접해 있다. 주상절리와 범섬을 한눈에 담는 파노라마 오션뷰, 한라산과 바다가 동시에 펼쳐지는 풍경, 그리고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는 제주 남서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남극노인성'이 관측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길운과 장수를 상징하는 별을 볼 수 있는 장소적 의미까지 갖췄다.
공간 설계 역시 차별화된다. 오레브 리조트의 공간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 및 조경 디자이너 빌 벤슬리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타임'지가 '이색 호텔 디자인의 왕'이라 극찬한 그는 전세계 럭셔리 리조트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장이다. 오레브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과 현대적 미학을 결합했으며, 공간 곳곳에는 특별한 큐레이션 요소가 반영됐다.
벤슬리의 디자인은 단순한 화려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미니멀리즘의 반대말'로 불릴 만큼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그 뿌리는 철저히 해당 지역의 '로컬리티'에 둔다. 오레브 역시 제주의 해녀, 유채꽃, 현무암의 질감 등 제주만의 요소를 현대적 예술로 승화시켰다.
리조트 내 산책로와 정원 식재 하나에도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을 해치는 대신,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하는 그의 기법은 오레브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예술적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했다. 이는 일반적인 리조트와 오레브를 구분짓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제프 쿤스, 필립 파레노, 김창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어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처럼 완성된다. 또 단지 내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단색화의 대가인 박서보 화백의 미술관 오픈이 예정돼 있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리조트의 품격을 결정짓는 문화적 앵커 시설이 될 전망이다.
오레브는 또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공간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주목받는 '건강한 럭셔리(Healthy Luxury)' 트렌드를 반영해 단지 내에 제주 유일의 국민 보양온천인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를 조성했다. 온천법에 따라 온도와 성분, 시설 기준을 충족한 곳에만 부여되는 '보양온천'의 지위는 오레브의 희소성을 뒷받침한다.
오레브 리조트의 또 다른 차별점은 객실 자체에 있다. 모든 객실은 서귀포 앞바다와 범섬이 한눈에 펼쳐지는 오션뷰로 설계돼 있으며, 창 너머로 제주 바다의 변화하는 풍경을 일상처럼 누릴 수 있다. 특히 분양형 객실은 78평 규모의 넉넉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여유로운 프라이빗 스테이와 장기 체류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JW 메리어트 제주 호텔 및 레지던스와 함께 형성되는 프리미엄 인프라도 강점이다. 숙박, 다이닝, 골프, 요트, 웰니스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복합 하이엔드 생활권은 국내 리조트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야외)
오레브리조트와 맞닿아 있는 제주 올레길 7코스 오레브리조트 제공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가치와 혜택
오레브 리조트는 이미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창립 분양과 1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확인했다. 희소한 제주 프리미엄 자산에 대한 수요와 오레브만의 차별화된 가치가 맞물리며 빠른 관심을 이끌어냈다. 오레브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5월, 2차 분양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기회를 기다려온 수요층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분양은 '올 인클루시브' 타입과 '프리미어' 타입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라이프스타일과 이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프라이빗 리조트의 품격 있는 혜택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회원제는 입회 방식에 따라 7년 리콜형, 10년 만기형으로 운영되며, 기간 경과 후 반환이 가능한 구조로 안정성을 고려했다.
멤버십 혜택 역시 차별화돼 있다. '올 인클루시브' 회원에게는 매년 170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제공되며, 이를 통해 리조트 연 30박과 호텔 10박 이용이 가능하다. 포인트는 호텔 수영장과 핫스프링 앤 스파 등 단지 내 주요 시설은 물론 요트 투어 등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골프 50% 할인권과 호텔 내 식음업장 할인 등 다양한 프리미엄 혜택도 포함된다. 분양가는 '올 인클루시브'가 회원제 기명 기준 3억5000만원, '프리미어'는 2억5000만원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안정성이다. 일정 기간 이용 후 원금 반환 구조가 적용되는 안정형 멤버십 형태로 운영돼 소비성 회원권이 아닌 가치보존형 자산으로 접근 가능하다. 사용하면 할수록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더해지는 구조다. 오레브가 강조하는 '경험의 자산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고령화와 도시화,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은 건강과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인식을 높이고 있다. 이는 녹지공간을 향한 수요로 이어져 '정원'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정서적 측면에서 식물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돼 반려식물과 정원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대전시가 '녹색 정원도시'를 목표로 차별화된 대전형 정원모델에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시는 민간 중심 정원문화 확산은 물론, 정원박람회 개최와 국가정원 조성사업을 토대로 생활환경의 녹색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부터 생태계 서비스 산업 구축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대전 서구 흑석동 노루벌 일출 모습. 대전시 제공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류 정원도시=시는 정원을 '뜰과 마당, 울타리로 구획된 공간이자 식물의 집약적 재배장소',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 둘러싸인 토지'로 규정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돼 시민의 일상이 숲과 꽃으로 연결되는 도시를 표방하는 것이다. 정원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정원 문화·산업으로 도시의 활력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생태 도시'라는 세계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를 위해 시는 '정원인프라 확충'과 '정원문화 확산', '정원산업 육성'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목표를 세웠다. 2023년 기준 43개소인 정원인프라를 2028년까지 450개소로 늘리고, 반려식물 인구도 같은 기간 300명에서 23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산업 역시 215억 원에서 2061억 원 규모로 키워 도시 성장역량을 강화한다는 청사진이다.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공공정원을 확대·조성하고 민간정원을 발굴·등록해 지역 거점정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원박람회와 정원콘테스트,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원 문화 확산에 집중한다. 정원산업의 거점 역할을 할 가든센터 조성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정원 관련 기관·단체와의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올 4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 통과된 대전 노루벌 지방(국가)정원 조성사업 조감도. 대전시 제공
◇중부권 최대 규모 명품 정원 목표=노루벌 지방(국가) 정원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서구 흑석동 일원 88만 ㎡(27만 평)에 1324억 원을 들여 9개 주제정원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숲과 하천, 벌판 등 노루벌의 생태환경을 기반으로 대전만의 정체성을 반영한 '대전형 정원'을 조성,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중부권 최대 규모의 명품 정원을 조성한다는 시나리오다.
2022년 11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 시는 2024년 12월 산림청으로부터 정원조성 예정지 지정 승인을 받았다. 올 4월에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까지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앞으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과 토지 매입, 건축설계 공모 등 절차를 거치면 2027년 공사에 착수해 2029년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최종 목표는 2032년 중부권 최초 국가정원 등록이다. 지방정원으로 3년간 운영하면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차별화된 입지는 노루벌만의 정체성이다. 대전 도심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심형 정원인 데다, 전국 최초로 해발 80-180m의 나지막한 산림 지형을 기반으로 한 산림형 자연생태 정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노루벌판과 갑천, 구봉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입체적 대경관 축은 기존의 정원 또는 수목원 등 유사시설과 명확히 구분되는 '산-하천-들녘' 복합 경관구조의 입지적 특성을 지녔다는 평가다.
2023년 열린 대전시 시민정원사 이론교육 모습. 대전시 제공
◇도심 속 유휴공간 활용한 정원인프라 확충=정원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활용한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와 사회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원도시 조성사업은 필요성과 시급성이 담보된 상태다. 시가 도심 곳곳 실내정원과 옥상정원을 조성하고 민간정원을 발굴·등록 지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전은 현재 조성되고 추진 중인 정원만 82개소에 달한다.
시는 지난해 7월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 본격적인 정원도시 조성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올 5월부터는 둔산동·관저동 등 서구 5개소와 전민동·죽동·상대동 등 유성구 3개소를 중심으로 정원도시 조성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소규모 정원 조성부터 정원활동 지원까지 자치구별 총 50억 원이 투입된다.
도심 내 실내정원과 옥상정원 조성도 이어가는 중이다. 열섬현상 완화 등 기후변화 대응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국·공유지와 도서관, 기차·지하철역, 대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민 스스로 가꾼 정원도 '수목원정원법'에 의한 민간정원으로 등록, 생활 속 정원문화를 정착·확산시키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 12개소를 지정, 2030년까지 20개소 이상을 등록·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대전 서구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열린 2025 대전정원박람회 모습. 대전시 제공
◇정원문화 확산으로 정원산업 '쑥쑥'=대전 대표 녹지공간인 갑천생태호수공원과 한밭수목원을 거점으로 중부권 대표 정원박람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열린 '2025 대전정원박람회'를 토대로, 2027년 9-10월 중부권 최대 규모 정원박람회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 정원문화 확산을 넘어 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등 기대가 크기에, 국제박람회로 확대 추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민간 중심 정원문화 확산도 유도한다. 시민 정원사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 가드닝 문화의 대중화를 꾀한다. 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민정원사 교육과정을 추진, 90명이 수료한 상태다. 올해도 30명을 대상으로 제4기 시민정원사 양성과정이 진행 중이다. 정원 조성 관련 개념 파악과 이론 교육부터 현장 실습 교육까지, 만 19세 이상 대전 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정원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가 반영된 친환경 정원을 조성해 탄소중립 실현과 자연친화적 도시 조성에 기여한다는 기대다. 시는 지난해 대전정원박람회에서도 기업정원 10개소를 조성해 시민에게는 시민참여형 정원문화를,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정원은 관광과 여가 활성화 등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생활환경의 녹색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노루벌 지방정원을 중심으로 정원 문화·산업을 확충하고, 시민정원사 양성과 정원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대전이 명품 정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배를 채우는 농업보다 가슴을 채우는 농업이 이상적이다. 삶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꿀 수 있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천안 연암대 스마트원예과에서 가르치는 채상헌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귀농·귀촌 전문가. 농촌 생활의 이론과 실제에 해박한 ‘고수’다. 농사의 명암은 물론 시골살이의 이런저런 요철에 환하다. 젊었을 적엔 LG화학 산하 연구소에서 잡초와 제초제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농사에 관심과 의욕을 느껴 귀농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농사의 호된 쓴맛만 보고 물러났다. 이처럼 ‘귀농 실패자’ 신세로 추락했지만 농업에 꽂힌 열정 온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일본으로 날아가 도쿄농공대학 농학부에서 열공해 농학 박사학위를 받은 게 아닌가. 이후 연암대 원예과 교수로 부임했다. 대학에 귀농귀촌센터를 설치해달라고 내건 조건을 관철하고서.
뭐랄까, 채 교수는 자신의 내부에 장착된 근성과 뚝심이 이끄는 대로 내닫는 스타일이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 내가 좋아하는 우물 하나를 골라 끝까지 파는 데 인생의 책무가 있지 않은가!’ 그런 대찬 슬로건을 내심에 담은 양, 유한한 시간을 유익한 쪽으로 사용하는 데 공들여 개성을 돋워온 인생 여정. 채 교수가 점찍은 우물은 물론 농업이다. 그는 난해한 직종에 속하는 농업에 올인해 삶을 한껏 고양하고 싶었으리라. 농업의 어떤 측면에 매력을 느낀 걸까?
“살면서 ‘난 지금 밥값을 하고 있나?’를 자주 생각한다. 밥값을 하기보다 밥그릇 키우기에 쏠린 삶은 좋지 않다는 자성을 하며 사는 것이다. 즉 욕망이 지시하는 대로 달려가기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도모하자는 생각을 중심에 두었다. 농업은 그 실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농업에 내재한 윤리적 건전성, 생태적 건강성 등을 고려할 때, 생각과 가슴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봤다.”
농업을 삶에 끌어들인 그의 방식엔 특별한 장면이 있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대목이 그렇다. 이미 교수직을 가지기도 했지만, 한 차례의 귀농 참패를 통해 농사의 어려움을 통절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민욱 프리랜서)
텃밭 정도의 작은 농사에 자족하는 귀촌 타입의 시골 생활이 삶의 진정한 열매를 딸 만한, 더 똑똑한 방법일 수 있다는 데에도 생각이 닿았다. 그래서 2021년,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아산시 송악면의 농촌으로 귀촌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유쾌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했다. 자신과 아내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귀촌을 결행한 것이다.
“2004년에 정부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성인의 30% 정도가 시골 생활을 바라는 걸로 나타난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턴 매년 40만~50만 명이 농촌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메가트렌드다. 사람들은 왜 시골로 갈까?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부모로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없었다는 자각에 추동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시골에서 육체적·경제적으로 다소 힘들망정 ‘내가 비로소 주인이 되는 삶’을 바라는 철학적 방향 전환에 따른 귀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난 그들에게 작은 촛불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업의 이론과 실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민욱 프리랜서)
작물들의 생태 자체가 스승이다
채 교수가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는 시골집엔 ‘시골살이궁리소’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너른 뜰엔 길차게 자란 소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드리워 상쾌하다. 소나무보다 더 많고, 시각적으로 더 압도적인 구조물도 즐비하다. 이른바 ‘쿠바식 틀밭’이 숱하게 널려 있는 것. ‘틀밭 키친가든’이라 부르는 텃밭 정원이다. 목재, 플라스틱, 철재 등속으로 제작한 틀밭의 초록 색조와 기하학적 구성에 힘입어 텃밭 자체가 참신한 정원으로 진급한 모양새다. 틀밭은 채 교수가 해온 시골살이에 관한 갖가지 ‘궁리’의 집합체인 ‘시골살이궁리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시그니처 물상이다. 그는 재래 텃밭보다 기능적이고 미적인 틀밭 농사법을 이곳에서 시현, 시골 생활자들에게 틀밭의 우수성을 채택할 기회를 부여한다. 가든 디자인, 목공, 온실 짓기, 잡초 방제법 등도 가르친다. 안전하고 흥미로운 시골살이를 위한 실용적 조언과 철학적 제안도 한다. 이 모든 아이템을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묶어놓고 주기적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수강생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예비 귀촌·귀농인, 또는 시골 생활 초심자들이 참여한다. 모집 시점의 경쟁률이 매우 높다. 참여자들은 틀밭이 다량으로 설치된 이곳에서 시골 생활에 필요한 많은 걸 체험하고 익힌다. 각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참여자들을 돕는다. 나 역시 강사 역할을 하지만, 딱히 나를 통해 배우라고 강변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구사한 모델을 보여줄 뿐이다. 취사선택과 자기화는 각자가 알아서 할 몫이다.”
틀밭엔 흙과 잡초의 관리가 용이한 점을 비롯해 장점이 많다. 단점은 없나?
“생산성이 낮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는 노동력을 덜 빼앗기는 방식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장점일 수 있다. 시골에 내려와 다들 텃밭 일구는 데 뼈가 빠지도록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큰 농사는 기계가 거의 다 하지만 작은 농사는 삽과 호미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정원과 텃밭의 풀을 뽑다가 관절염에 걸렸다고 투덜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시에서보다 더 바쁘게 산다는 얘기도 흔하고.
“어쩌면 시골은 ‘바보들의 천국’이다. 수시로 텃밭의 잡초를 뽑으며 무념무상에 빠지다니. 채소류를 사서 먹으면 더 싸고 편하지만,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는 데 재미를 느껴 관절염을 무릅쓰는 게 아닌가. 가령 소량의 배추를 길러 급할 때 뽑아 먹는 정도에서 만족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굳이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줄 김장용까지 잔뜩 기르느라 고생을 사서 한다. 그런 식으로 일상을 밀어붙이면 결국 풀 뽑기에 치를 떨게 되고, 급기야 굴레에 갇히기 십상이다.”
(주민욱 프리랜서)
시골 생활의 묘미를 맛보긴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과욕은 버리고, 삶을 관조해 ‘나’를 반추하는 일상을 누리는 게 필요하다. 그게 ‘나답게’ 사는 첩경이다. 가령 관조의 눈으로 시골의 자연을 바라볼 경우, 모든 게 경이롭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잦다 보면 자기 변화가 일어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귀촌한 이들의 목적은 대체로 맘 편히 살자는 데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주변의 자연에 큰 관심과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에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마당이 스승이다. 사계의 순환과 생명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물들의 생태 자체가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슴에 담게 하는 교사다. 요즘 같은 초봄, 얼어붙었던 흙을 헤치고 당차게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라. 거의 기적이지 않은가. 싹눈만 그런 건 아니다.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외경을 느낀다. 그럴 땐 나의 삶이 통째 변할 것 같은 감흥에 빠지곤 한다. 시골 생활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에 묻히는 시간을 덜어 ‘나’와 세상과 삶을 관조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비울 건 비우고 채울 건 채우는 게 즐거운 귀촌 생활의 포인트라 본다.”
(주민욱 프리랜서)
‘궁리’가 그의 가솔린, 연속적인 일은 터보 엔진!
채 교수는 관조 있는 삶을 추구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가다듬고 인생이라는 미스터리를 응시, 해법을 궁리하며 사는 게 좋은 시골 생활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는 조용한 캐릭터의 소유자? 한가한 일상을 구가하는 이? 아니다. 눈엔 피로가 엉겼지만 입에선 시종일관 군더더기 없는 달변이 쏟아진다. 몸은 쉴 새 없이 재깍거리는 초침처럼 바쁘다. 교수 직분을 수행하고,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작물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그는 날마다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래서야 무슨 수로 시골 생활의 재미를 볼까 싶다. 일할 땐 미친 듯 일하되, 놀 땐 신바람 나게 놀아야 생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는 어딘가 산정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다. 그 어딘가는 농대 교수로서, 농업 활동가로서 제 몫을 완수하는 지점, 바로 그곳이다. 따라서 목적지에 도달할 ‘궁리’가 그의 가솔린이며, 연속적인 일이 그의 터보 엔진이다.
“귀촌 이후 한시도 쉬지 않고 일에 취해 산 나머지 체중이 확 줄었다. 그러나 일 자체가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한다. 진부하게 흘러가기 쉬운 삶에 깊이를 부여해준다. 돈과 명예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제어 능력을 길러준다.”
귀촌이 삶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면, 귀농은 경제효과를 노릴 수 있는 방책이라 한결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귀농은 권장할 만한가?
“고도의 신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생 전답에 땀을 뿌리고 산 농부의 얘긴 이렇다. ‘농사는 백 년을 지어도 갈피 잡기 어렵다.’ 신규 귀농인에겐 진입장벽이 엄청 높아지기도 했다. 예컨대 땅값이 상승해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 자금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소규모 농사, 또는 텃밭 농사로 자족하는 게 낫다.”
당신의 귀촌은 사람들을 시골로 보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외지인 수혈에 따른 효과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시골로 들어가는 도시인이 많아야 농촌이 살아난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엔 군내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데, 귀촌인이 많아지면 바로 해소될 문제다. 외지에서 온 이들이 원주민들의 파이를 뺏어 간다고 보는 눈도 있지만 오해다. 공유할 파이의 크기가 커지는 효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민욱 프리랜서)
그동안 거둔 성과를 자평한다면?
“내가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농촌이다. 그걸 실현해 농업계에 한 획을 긋고 싶었다. 그러나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그게 가능하겠나. 매사 정신 바짝 차리고 뛰는 게 고작이다. 한 획에 못 미치는 한 점이나마 찍자는 생각으로 일에 묻혀 산다.”
“서너 시간쯤 잔다. 날마다 그렇다. 고뇌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니다. 원래 체질이 그렇다.”
뒤집어지기 쉬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채 교수는 발군이다. 농촌 살리기. 그 지난한 일을 가열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채상헌 교수가 주는 귀농 Tip
•시골 생활을 결정하기 전에 자신을 성찰해, 시골에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부터 정립하자. 또 그 이유를 글로 써보자. 몇 줄이라도 쓸 게 없는 사람이라면 시골행을 재고하자. 의도와 방향이 불분명한 귀농·귀촌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착하기까지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게 시골살이다. 두렵고 힘든 일이 돌출할 걸 예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뚜렷한 이유와 가슴 설렘이 있다면, 부부가 함께 시골행을 공감한다면, 그때부터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자.
•귀농의 경우엔 집과 농지를 서둘러 마련하지 마라. 초기 1, 2년은 귀촌 형태의 생활을 하며 농사 기술과 농촌 물정부터 익히는 게 현명하다. 귀촌의 경우엔 굳이 너른 터를 장만할 것 없다. 일복만 터지기 십상이니까. 부부 두 명이 살 경우 661㎡(약 200평)쯤의 터를 잡자.
•귀촌 후 딱히 하는 일 없이 사는 건 실로 따분하다. 신속하게 늙어가는 지름길이다. 찾아보면 일거리는 많다. 도시에서 쌓은 경륜을 밑천으로 누구나 재능 발휘가 가능하다. 도시에서 벌어들인 수준에 맞먹는 소득을 거둘 수도 있다. 농사에 뛰어들어 버는 돈보다 더 나은 수입 획득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자그만 민박 영업이라도 하라. 민박과 동시에 도마나 나무젓가락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기지를 발휘해 소득을 배가하라.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다각도로 소득원을 발굴해 생동감 넘치는 시골살이를 영위하자는 얘기다. 그게 가능한 게 시골이다.
•체력과 활동성이 떨어지는 시니어라면, 하다못해 무라도 소량 재배해 로컬 매장에 갖다 주자. 수익은 적을망정 활력을 얻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맑은 물을 마시고 파란 하늘만 바라보며 살다간 우울증이 현관문을 노크할 수 있다는 걸 유념하자.
K-팝은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제 팬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굿즈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체험하며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년 만에 세 번째 미니 앨범으로 돌아온 블랙핑크는 몰스킨과의 협업을 통해 노래와 메시지를 기록의 언어로 재해석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해당 에디션은 노래 가사를 적용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블랙과 핑크의 강렬한 대비,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통해 완성됐으며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사진=몰스킨]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 역시 주목할 만하다. 블랙핑크는 오디오 도슨트와 리스닝 세션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을 소개했고 팬들이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문화유산을 경험하도록 했다. 음악 산업에 머물렀던 팬덤의 활동이 문화유산, 교육, 공공기관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과 파르나스호텔의 협업 또한 공간 경험으로 확장된 K-팝을 보여준다. ‘BTS THE CITY ARIRANG SEOUL’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패키지는 호텔 객실부터 굿즈, 식음료 서비스까지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경험으로 구성됐고 팬들로 하여금 실제 공간 속에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체험하도록 했다.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체험형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진=파르나스호텔]
경험경제는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이 된다. 위와 같은 K-팝의 다양한 확장 사례는 경험 자체가 소비의 핵심 가치가 되는 경험경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
K-팝의 확장은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강화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는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브랜드이자 세계관의 중심이 되고 팬덤은 음악을 넘어 공간, 문화,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개인의 취향이 곧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이다.
팬덤의 구조를 사회·경제적으로 분석한 책 『팬덤의 시대』는 팬덤을 단순한 열성 소비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팬덤에 대해 문화를 생산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경제 주체라 해석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확산, 재해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블랙핑크의 굿즈,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 BTS의 호텔 협업 프로젝트는 모두 책에서 언급되는 팬덤 경제의 구체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팬덤은 이제 음악 재생을 넘어 문화를 소비하고 경험하며 세계관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는 소비가 상품 중심에서 경험과 의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하며 개인의 취향이 소비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흐름에 대한 분석을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현대사회에서는 무엇을 사느냐가 아닌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소비의 기준이 되고 있다. K-팝은 현대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며 K-팝 팬덤은 단순한 문화 소비 집단을 넘어 현대 소비 구조와 문화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간삼건축)가 국내 설계 파트너로 참여한 ‘퐁피두센터 한화(Centre Pompidou Hanwha)’가 오는 6월 4일 개관한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화문화재단과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파트너십으로 추진, 기존 63빌딩 별관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건축 디자인은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국내 설계 파트너로는 간삼건축이 참여했다. 간삼건축은 기본·실시설계를 수행하며 빌모트의 디자인을 국내 건축·구조·법규 기준에 맞게 구현했다.
빌모트는 ‘빛의 상자(box of light)’를 컨셉으로 낮에는 자연광이 깊숙이 스며들고, 밤에는 한강변을 비추는 빛의 수평선이 도시 풍경 속에 드러나도록 계획했다. 외관은 63빌딩의 수직성과 대비되는 수평적 빛의 띠와 전통 기와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반투명 이중유리 외피가 특징이다.
이번 리모델링은 재실 상태의 본관을 유지한 채 별관과 지하층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체·보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복잡한 프로젝트였다. 63빌딩 본관 리뉴얼과 별관 증축, 아쿠아리움과 면세점 설계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63빌딩 리모델링 전반을 설계해 온 간삼건축의 경험이 프로젝트 완수의 토대가 됐다.
설계를 총괄한 이승한 간삼건축 건축가는 “퐁피두센터 한화는 황금빛 63빌딩 아래 수평의 빛의 상자를 더해 여의도에 새로운 문화 기단을 놓는 프로젝트였다”며 “국내 설계 파트너로서 빌모트의 설계 의도와 한국의 환경, 기술, 법규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고 63빌딩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현실의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