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여주는 공간에서, ‘닿는 공간’으로
건축은 눈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벽을 스칠 때의 감촉,
계단 손잡이의 온기,
나무 바닥을 밟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탄력.
이런 것들이 공간의 기억을 만든다.
요즘 사람들은 '물성'에 끌린다.
기능이 완벽하다고 끝이 아니다.
무언가를 손끝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감각,
그게 바로 물성매력(Physicality Appeal)이다.
아마도 너무 많은 것들이 화면 속에 갇혀버린 시대라서일까.
표면과 마감, 재료 그 자체가
공간의 '정서'가 되어가는 중이다.
폴리싱된 대리석보다
거친 콘크리트의 숨결을,
반짝이는 플라스틱보다
잘 마른 목재의 질감을 찾는 요청이 늘고 있다.
그건 단순히 '예쁜 마감'을 원해서가 아니다.
감정을 댈 수 있는 표면을 찾는 것이다.
건축가로서
이런 흐름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원초적인 감각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묻는다.
"이 벽은 닿았을 때 어떤가요?"
"이 손잡이는 매일 잡아도 싫지 않을까요?"
"이 바닥은 양말을 벗고 밟고 싶은가요?"
그건 재료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사용자의 몸에 대한 상상이다.
물성매력은 결국
사람과 공간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감각의 연결선’이다.
그 연결선이 살아 있을 때,
공간은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보는 공간에서,
닿는 공간으로.
우리가 요즘 설계에서 자주 되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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