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로드 이미지

골목에 스며든 시간, 초량의 밤을 걷다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1


— 범상과 술잔, 그 사이의 온도

부산역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면,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간판은 낮고 오래되었으며, 건물 벽에는 시간의 손때가 묻어 있다.

그 골목 깊숙한 곳, 오래된 집 하나가 ‘범상’이라는 이름으로 말을 건다.

“별다를 것 없지만, 그래서 특별한”

‘범상’이라는 이름은 무심한 듯 담백하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범상치 않다.

낡은 마룻바닥, 오래된 커튼, 종이 위에 덧칠한 글씨,

모든 요소들이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곳은 카페지만,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다.

책이 있고, 음악이 있으며, 무엇보다 대화가 있다.

누구와의 대화인가? 바로 공간과의 대화다.

범상은 말없이 손님을 앉히고, 그 사람의 하루를 조용히 들어준다.

차 한 잔도 공간의 일부다.

따뜻하게 데운 잔에 담긴 유자차 한 모금이

도심의 소음을 밀어내고, 마음을 정화한다.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2


해가 저물고 나면, 술잔을 닮은 초량의 밤이 열린다

‘초량 술잔’은 범상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하지만 이 두 공간은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

그 언어는 ‘느림’과 ‘진심’이다.

술잔은 단순한 주점이 아니다.

이곳에서 술은 한 잔의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다.

고흥에서 온 유자주, 문경의 오미자탁주,

이름도 생소한 술들이 병째 놓이지 않고,

작은 잔 하나에 옮겨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전통주는 과거의 흔적이지만,

초량 술잔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적당히 가라앉은 조도, 잔잔한 음악,

그리고 바텐더의 낮은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데 알맞은 톤이다.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3


초량, 시간을 마시는 골목

‘범상’과 ‘술잔’,

이 두 곳은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하나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공통의 정서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시간을 대하는 방식’일 것이다.

급하지 않고, 크지 않으며,

한 사람을 위한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

당신이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날,

혹은 아무 말 없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싶은 날,

초량으로 가라.

범상에서 시간을 마시고,

술잔에서 마음을 내려놓아라.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4


글을 마치며

도시의 속도가 빠를수록, 느림은 오히려 사치가 된다.

하지만 초량의 이 두 곳은,

그 사치를 정당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품격이다.

오늘 하루, 당신에게 그런 품격이 필요하다면

초량의 밤을 걸어보라.

범상과 술잔,

그 두 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5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6 [경남고 59회] 부산 초량 범상 & 술잔 - 경남고 7


#초량술잔#부산역맛집#부산역술집#부산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