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살려야 건물이 산다
고급스러움의 80%는 ‘선 관리’에서 결정된다
외벽 석재 공사를 할 때
가설 발판과 망을 설치하고 돌을 붙인 뒤,
모든 작업이 끝나면 발판을 철거합니다.
그 순간 건물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밝은 색의 석재 위에
짙은 색의 포인트 선이 더해지면서
건물은 단번에 고급스럽고 정제된 인상으로 바뀝니다.
같은 돌, 다른 인상
차이를 만드는 건 ‘선의 배치’
전면이 모두 똑같은 패턴이라면
아무리 좋은 자재를 써도 지루해집니다.
그래서 선을 이렇게 다르게 씁니다.
어떤 벽은 정중앙에 굵은 포인트 선
어떤 면은 굵은 선 + 가는 선을 이중으로
어떤 면은 살짝 한쪽으로 치우쳐 배치
개구부 사이 포인트는
기둥 폭보다 살짝 넓게 잡아
‘얹혀 있는 듯한 안정감’을 연출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비례와 시선 흐름을 계산한 디자인입니다.
지하층과 1층, 디테일이 급이 갈린다
▪ 지하층 입구
줄눈을 일직선으로 맞추지 않고
**지그재그(막힌 줄눈)**로 처리
→ 반복을 깨고 지루함을 줄임
▪ 1층 로비·우편함 구간
→ 호텔 로비 같은 정제된 고급감
이런 디테일이
“이 건물은 신경 썼다”는 인상을 만듭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본 선 관리’
디자인은 전문가가 하지만,
기본 선 관리는 현장 기술자가 만듭니다.
예를 들면:
문틀이 완벽한 수직으로 설치됐는지
욕실 타일 모서리가 정확한 직각인지
계단 참에서 꺾여 올라가는 선이
흐트러짐 없이 쭉 살아 있는지
토목 구조물의 긴 선이
거푸집 단계부터 실 띄워 직선으로 나왔는지
이런 기본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자재를 써도
건물은 싸 보입니다.
선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살짝 튀어나오게 하라”
선이 살아 보이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레임을 살짝 돌출시키는 것입니다.
▪ 세대 현관문
문틀을 벽보다 약 10mm 돌출
울퉁불퉁한 벽면에서
문틀 선이 자연스럽게 드러남
▪ 엘리베이터 홀·비상계단
타일을 골조 면보다 살짝 튀어나오게 시공
선이 살아나고, 면은 뒤로 물러남
❌ 반대로
돌출 없이 평면으로 붙이면
→ 선은 죽고, 거친 면만 강조됨
코너비드, 선의 기준을 잡는 철물
미장 공사에서 사용하는 코너비드는
선 관리를 위한 대표적인 장치입니다.
모서리에 코너비드를 먼저 세우고
그 선을 기준으로 미장을 진행
→ 결과는
자연스럽고 또렷한 직선
발코니 창틀 하부, 외벽 모서리 등
건축 곳곳에 숨어 있는 선의 비밀이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의 결론
선을 살려야 건물이 산다
고급스러움은 자재가 아니라 선에서 나온다
디자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정확한 시공
그리고 그 선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살짝의 돌출’
건축에서
선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건물의 품격을 결정하는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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