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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대화, 조용한 거리감을 설계하는 일


사람이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공간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거실, 같은 크기의 소파여도

어떤 자리는 대화를 끌어내고

어떤 자리는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만든다.

설계자는 의자 하나를 놓는 데에도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감정을 먼저 떠올린다.

앉는 자리라는 건

휴식의 지점이기도 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서로 마주 볼 것인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인가.

눈은 마주치지 않지만 가까이 있을 것인가.

그 구도가 결정되는 순간,

그 공간의 분위기는 고정된다.

소파가 벽에 붙어 있는 집은

누구나 동등하게 공간에 앉는 구조고,

소파가 등지거나 코너를 형성할 때

자연스럽게 중심과 주변이 생긴다.

그건 우열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 온도를 배려하는 방식이다.

창가 쪽에 의자가 하나 있다면

누군가는 거기로 향하고

그 자리는 곧 ‘사적인 공간’이 된다.

식탁에 의자를 다섯 개 놓을 수도 있고,

네 개만 두고 한쪽 벽은 비워둘 수도 있다.

그 빈자리 하나가

어떤 날은 손님을 위해 남겨지고,

어떤 날은 그냥 여백으로 남는다.

앉는 자리에는 공간의 마음이 담긴다.

그리고 사람은

그 마음을 아주 민감하게 느낀다.

좋은 설계는

의자가 놓일 자리를 미리 정해두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연스럽게 거기로 가도록

시선과 흐름을 열어두는 것이다.

어디에 앉고 싶은지를 상상하는 일.

그게 공간을 설계하는 일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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