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서울 공사여건 감안한 감리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 발표감리용역 산출내역서 공개, 설계도서 검토 시간 확보, 감리원 배치기준 전문화 필요감리제도 개선 통해 부실공사 예방 및 민간 감리기능 강화 기대
최근 서울을 비롯한 국내 건설현장에서 부실공사와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서울은 복잡한 교통체계, 다층적인 지하시설물, 상시적인 민원 등으로 인해 감리 업무 수행이 까다로운 여건이다. 이로 인해 감리자들은 공정·품질·안전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도한 행정업무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공사여건을 감안한 감리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감리 기능 강화를 위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감리는 건축법, 건설기술진흥법, 주택법 등 각각의 법령에서 서로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법령마다 감리에 대한 용어가 감시, 지도, 확인 등으로 혼용되며, 책임 범위에 대한 해석에도 차이를 유발해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한다. 특히 1993년 건설산업기본법에 건설사업관리(CM) 개념이 도입된 이후, 감리와 건설사업관리의 차이, 역할, 의무사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감리 업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연구진은 서울시 공공건설공사 감리 업무의 문제점을 ▲감리대가 산정의 모호성 ▲설계도서 검토 시간 부족 ▲감리원 배치기준 마련 미흡 등 세 가지로 지적했다.
먼저, 감리대가 산정의 모호성이다. 서울시는 공공공사 입찰 시 입찰공고, 과업내용서, 사업수행능력 평가 기준, 배치 계획표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감리용역 산출내역서’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총 용역비는 명시돼 있으나, 제경비·기술료·직접경비 등의 반영 비율은 확인할 수 없다. 보고서는 감리대가 산정의 체계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 용역비는 감리원 수, 등급, 배치 기간 등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인 만큼, 그 적정성과 현실성이 매우 중요하다. 총 용역비가 낮게 책정될 경우 필수 감리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는 감리 품질 저하와 공사 안전관리 취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설계도서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 부족도 주요 문제 중 하나다. 설계도서 검토는 발주청과 설계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설계도서와 시공성을 비교·검토해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고 품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단계다. 그러나 서울연구원이 감리자, 공무원, 시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감리기능 강화와 업무 개선이 필요한 단계로 모든 응답자가 ‘설계 검토 단계’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설계도서 검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적된 문제는 감리원 배치기준 작성의 미흡이다. 현재는 발주청이 감리원 배치기준을 작성하지만, 입찰공고 이전에 전문 공정별 전문가의 검토 절차가 없어, 부적절하거나 미흡한 기준이 제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발주한 한 공공공사 감리용역 입찰 사례에서는, 착수 시점에 현장 개설, 설계도서 검토, 행정업무, 착공 지원 및 공사 관리 등 다양한 업무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감리단장(책임 건설사업관리 기술자) 한 명의 1개월 근무만 배치 기준에 반영돼 있었다.
공공 건설공사의 감리 기능 강화를 위해, 보고서는 ▲감리용역 대가의 현실화 ▲설계도서 및 시공성 검토 강화 ▲감리원 배치기준의 전문화 등을 제안했다.
우선, 입찰 시 감리용역 산출내역서에 제경비와 기술료의 산출 근거를 명시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감리 대가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용역 착수 단계에서 감리원을 조기 배치해 설계도서와 시공성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설계 의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공 과정에서의 품질과 안전 요소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입찰 시 제공되는 ‘감리원 배치기준’의 작성 과정을 보다 합리적이고 전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감리용역사의 입찰 금액 산정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낙찰 이후 예산 편성 및 감리 인력 배치의 적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구원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리제도를 개선한다면 부실공사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민간 건설공사의 감리 기능도 함께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