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시문 기자]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서 바라본 용산구 아파트 모습. ⓒ천지일보 2025.04.24.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 10년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두 배 넘게 뛰어오른 가운데 오는 6월부터 민간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하반기 분양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3.3㎡당 분양가는 2015년 988만원에서 지난해 2066만원으로 약 2.1배 상승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1136만원에서 2324만원으로 정확히 두 배가 상승했고, 비수도권도 848만원에서 1812만원으로 2.1배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도가 3.1배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대전(2.5배), 서울(2.4배), 광주(2.4배), 울산(2.2배), 경북(2.1배) 등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981만원, 수도권은 2370만원, 지방은 1691만원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건설 자재비 상승 ▲인건비 증가 ▲기술 기준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지목된다. 특히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은 수익 구조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평균 원가율은 92.98%에 달하며, 일부 대형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원가율이 105.36%, 현대건설은 100.66%를 기록해 분양 수익이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일반적으로 원가율 80%를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만의 고통이 아니다. 미분양 주택도 급증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8920가구이며, 그중 완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5117가구로 20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가격 부담이 커진 탓에 구매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6월부터는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기존에는 공공분양에만 적용됐으나, 민간도 5등급 기준(에너지 자립률 20~40% 미만)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친환경 설비와 고가 자재, 에너지 효율 기술 도입이 필수화되면서 건축비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오는 9월에는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또 한 번 분양가 상승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R114는 “하반기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고, 그동안 분양을 미뤄온 사업장들이 대거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분양가 상승 요인이 누적되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