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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집에 들어가면 ‘거실’이 중심이었다.

현관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장소,

응접실이자 TV가 놓인 자리.

하지만 지금은 그 거실이

점점 애매한 공간이 되고 있다.

누구도 거실에 오래 머물지 않고,

모든 기능이 방으로 분산되거나

주방과 뒤섞이면서

거실의 독립적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

가구 배치는 그대로인데,

기능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TV는 개인 방으로 옮겨졌고,

소파는 누구보다 강아지가 자주 쓰고,

가족은 각자의 디바이스를 들고 방 안에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거실은

더 이상 ‘모이는 곳’이 아니라

‘잠시 스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변화는 단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거실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금의 삶에 잘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중심에 두고

‘이곳이 중심이다’라고 선언하는 방식은

지금의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거실을 없애기도 하고,

주방과 연결하기도 하며,

작은 작업 테이블을 두거나

책장을 붙여 다용도의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중심이 없는 구조.

하지만 그 안에서 각각의 위치가 의미를 갖는 방식.

거실은 지금,

하나의 이름보다

여러 역할의 조합으로 진화 중이다.

디자인 언어도 달라졌다.

소파 중심 배치보다

빈 벽과 큰 창, 바닥의 여유를 남기는 것이 중요해졌고

조명은 밝음보다 분위기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그리고 거실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앉지도, 눕지도 않아도 되는 상태.

그저 조용히 잠시 서 있는 여유.

그게 거실의 새로운 역할일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이제 거실이라는 말은

기능보다는 태도에 가깝다.

집 안 어딘가,

다른 방으로 가기 전에 한 번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그게 지금 우리가 거실에 기대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거실을 설계할 때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이 공간에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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