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들어서는 순간, 설계는 이미 시작된다
좋은 집은
문을 열기 전부터 감지된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순간,
그 집의 기분이 결정된다.
현관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집의 인사이자,
외부에서 내부로 넘어오는 전환의 장소다.
현관이 어지러우면
집 전체가 복잡해 보이고,
현관이 어둡고 낮으면
그날의 기분까지 눌려버린다.
현관을 설계한다는 건
단지 신발장이 얼마,
폭이 몇 센티냐를 정하는 게 아니다.
외부의 거리와 내부의 방 사이,
그 경계에 어떤 여백을 둘 것인가.
조명을 어느 높이에 배치할 것인가.
첫 냄새, 첫 그림자, 첫 벽면.
그 모든 게
집의 인상을 좌우한다.
현관은 너무 밝아도 부담스럽고,
너무 좁으면 대화가 끊기고,
너무 많은 기능이 몰리면 피로하다.
그래서
현관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신발을 벗는 동작만이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전환되는 감정까지
받아줄 수 있는 공간.
작은 벤치가 놓인 현관,
바닥 마감이 거칠게 전환되는 지점,
반사되지 않는 조도.
이런 요소들이
현관을 단순한 입구가 아니라
짧은 호흡의 공간으로 만든다.
요즘은
현관에서 바로 주방이 보이는 구조도 많지만,
가능하다면
첫 시선은 조금 막아두는 편이 좋다.
집에 들어왔을 때
무언가 ‘받아주는 벽’이 있으면
사람은 그 공간에 안정감을 느낀다.
현관이 좁아도 괜찮다.
다만,
그 공간이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작은 집일수록,
여백의 감각은 더 중요하다.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고,
하루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
그 감정을 고려해 설계한다면
집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살기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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