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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채움보다, 숨 쉴 수 있는 여백이 공간을 만든다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무언가를 ‘넣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남기는’ 일이다.

틈은

그 남겨진 자리를 의미한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여유가 되는 공간.

좁은 복도 끝의 작은 의자 하나,

계단 옆 창가의 여백,

문과 문 사이 30cm의 공간.

이런 틈들이

집을 편하게 만든다.

모든 공간이 기능을 수행하고,

모든 면적이 효율적으로 배치되면

그 집은 빠르게 익숙해지지만

금세 지치기도 한다.

틈은 리듬이다.

빽빽하지 않은 호흡,

머물 수 있는 시간,

머뭇거릴 수 있는 자리.

아이들이 틈에 앉아 놀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전화를 받고,

누군가는 그냥 하릴없이 한참 앉아 있는.

그런 장면이 생길 수 있다는 건

그 집이 여유를 품고 있다는 뜻이다.

건축가는

면적을 설계하지만,

좋은 건축가는

틈을 설계한다.

틈은 관계의 거리이기도 하다.

서로를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게도 하지 않는 절묘한 간격.

함께 살면서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분리돼 있지만

언제든 다가갈 수 있는 거리.

그게 틈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다.

틈을 설계한다는 건

여백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집 안 어딘가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

그 자리를 존중하는 집은

사람도, 감정도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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