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을 말하지 않아도 공간이 말하는 방식
시멘트 마감은 말이 없다.
패턴도 없고, 색도 없다.
반사도, 장식도, 시선을 끄는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묘하게,
가장 솔직한 공간은 이 재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멘트 마감은 말하자면
‘꾸미지 않은 진심’이다.
마감이기 전에 구조였고,
디자인이기 전에 그냥 그 공간의 본질이었다.
요즘은 이 담백한 질감을
‘감성’이라 부른다.
하지만 본래 이 재료는
감성을 의도하지 않았다.
그저 기능적으로,
가장 기본적으로
공간을 구성해온 오래된 물질일 뿐이다.
시멘트 마감의 매력은
그 ‘비디자인적인 감각’에 있다.
힘을 주지 않았지만
디자인이 되어버린 표면.
불균일한 얼룩,
정제되지 않은 표정,
빛이 들면 흐릿하게 드러나는 그라데이션.
이 모든 게 공간을 감싸지만
절대 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때로
공간을 완성하려 애쓰다가
오히려 ‘지워버려야 더 나아지는’ 순간을 만난다.
그럴 때, 시멘트 마감은
멈추는 지점이 되어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배경.
시멘트 마감은
의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단단한 의지일지도 모른다.
드러내지 않고,
버티고,
묵묵히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
트렌드로 소비되기보다
자세로 받아들여져야 할 재료.
시멘트 마감은 그 자체로
공간의 태도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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