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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기성품이 아니라, 선택지의 조합이다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기본으로 두고, 거기에 제가 원하는 걸 좀 얹고 싶어요.”

피자처럼, 요거트처럼, 나의 집도 그렇게 꾸밀 수 있느냐는 말.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기성품 하나를 통째로 사는 걸 꺼려하기 시작했다.

패키지보다 ‘조합’을 선택하려 한다.

그런 흐름을 경제학자들은

‘토핑경제(Topping Economy)’라고 부른다.

필수만 있고, 나머지는 각자 골라서 더하는 방식.

한마디로 커스터마이징의 시대다.

그러고 보면,

요즘의 디자인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말한다.

“전체는 모던한데, 주방만은 레트로였으면 좋겠어요.”

“침실은 호텔처럼 하고 싶은데, 거실은 꼭 러그가 있어야 해요.”

정확히 어떤 스타일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조합’은 알고 있는 사람들.

이럴 땐 건축가가 해줄 수 있는 건

‘추천’이 아니라 ‘조율’이다.

디자이너의 취향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이 어울릴 수 있도록 유연하게 틀을 비워주는 일.

그게 요즘 설계의 핵심이 된다.

결국 토핑경제는,

공간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과거엔 전문가가 정해준 스타일을 그대로 따랐다면,

지금은 고객 스스로가 공간을 편집하고 선택하고 구성한다.

우리는 그 선택의 폭이 넓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조합들이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 남는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공간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바뀌어도 괜찮다.

조금씩 바꾸고, 덜어내고, 새로 얹는 일.

그게 지금의 리듬이다.

디자인이란 건,

사실 그렇게 매번 다시 써보는 레시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