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는다는 건 약해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이 늙듯,
공간도 늙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늙는 것을 준비하지 않는다.
젊은 날의 취향으로 지어진 집이
노년의 일상엔 불편을 준다.
높은 단차, 미끄러운 바닥,
손잡이 없는 욕실, 너무 많은 계단.
우리는 묻지 않는다.
“이 집은 30년 후에도 그대로 쓸 수 있을까?”
그러나 이제 그 질문은 중요해졌다.
노후를 위한 공간 설계는
단지 ‘편의장치’를 더하는 일이 아니다.
나이 듦의 감각을 존중하는 구조다.
무조건 넓게, 밝게, 평평하게가 아니라
덜 움직여도 되는 동선,
몸의 리듬에 맞는 높이,
지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는 구석.
그런 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지금은 자녀의 방이지만
훗날 요양 도우미가 머무를 공간이 될 수 있고,
지금은 서재지만
미래엔 의료기기를 둘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간이 ‘고정되지 않을 여지’를 남겨야
사람도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우리가 짓는 건 집이 아니라,
시간을 담는 구조다.
집이 함께 나이 들 수 있다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덜 외롭고, 덜 불안할 것이다.
노후를 위한 건축은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더 깊고, 더 다정하다.
그런 집은 천천히 늙는다.
그리고 그 느림은
삶을 존중하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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