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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호건축사사무소 – 치호뉴스 최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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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좋아하면 무조건 보는 집, 오혁 가구정보 | ep.30

가구 좋아하면 무조건 보는 집, 오혁 가구정보 | e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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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테리어 매거진에도 소개된 오혁 님의 집입니다. 높고 시원하게 트인 층고, 그리고 디터람스의 디자인이 중심을 잡고 있는 공간인데요. 오늘은 따뜻하면서도 절제된 무드가 돋보이는 이 집을 소개해드릴게요. #오혁 #인테리어 #미드센추리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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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배치의 기술 – 혼합의 미학

재료 배치의 기술 – 혼합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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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선택보다 배열이다


건축 자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단단한 개체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진짜 역할을 하는 순간은

‘조화롭게 섞일 때’다.

콘크리트 하나만으로는 차갑고,

목재 하나만으로는 단조롭다.

금속은 긴장을 만들지만 날카롭고,

유리는 빛을 통과시키지만 감정은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설계자는

재료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재료를 배열하는 사람이다.

“이 재료와 이 재료가 어울릴까?”

그건 단순한 미감의 문제가 아니다.

질감과 밀도, 온도, 반사율,

무게감과 시선의 흐름,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공간에서의 목적과 감정’이 중요하다.

한쪽 벽은 거친 시멘트로,

바닥은 따뜻한 오크로,

문 손잡이는 묵직한 철로.

그 사이에 조명을 은은한 황동으로 연결하면

공간은 완성되지 않고, 감싸진다.

혼합의 미학은 과감함이 아니라

절제된 용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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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텍스, 자작나무, 패브릭>


모든 재료를 잘 쓰려 하지 않고,

몇 가지 재료만으로

얼마나 풍부한 감정을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재료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그 말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설계다.

공간은 재료의 합이지만,

그 합은 질서 있는 배열일 때만 의미가 있다.

그래서

건축가는 어떤 재료를 썼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란히 놓았는지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진짜 설계의 실력이다.



① 콘크리트 + 오크 우드 + 흑철 (블랙 스틸)

용도: 주거, 갤러리, 카페

감성: 묵직하고 안정적인 무드

특징: 질감 대비 / 온도 대비 / 수직적 구도에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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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라임스톤 + 브론즈 + 무광 화이트 도장

용도: 호텔 로비, 하이엔드 리빙

감성: 고급스럽고 조용한 중후함

특징: 은은한 반사 / 음영에 민감한 디테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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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자작나무 + 리넨 패브릭 + 밝은 시멘트 플로어

용도: 주거, 키즈존, 카페

감성: 자연주의 / 따뜻함 / 부담 없는 여백

특징: 촉각 중심 / 피부에 닿는 재료 우선 / 밝은 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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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노출 콘크리트 + 유리 블록 + 앤틱 벽돌

용도: 전시장, 복합문화공간

감성: 도시성과 수공성의 대비

특징: 빛과 그림자의 강한 조합 / 구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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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흙 미장 + 나무 + 라탄 또는 종이문

용도: 한옥 리노베이션, 로컬 라이프스타일 공간

감성: 동양적 정서 / 느림 / 수분감 있는 질감

특징: 습기/통풍과 잘 어우러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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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금속 타공판 + LED 간접조명 + 무채색 마감

용도: 상업공간, 사무공간

감성: 미래지향 / 정제된 산업성

특징: 빛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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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테라조 + 흰색 고벽돌 + 아카시아 목재

용도: 복도, 중정, 화장실 인테리어

감성: 유쾌하고 감각적인 구성

특징: 재료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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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고벽돌 + 철창 프레임 + 베이지 회벽 마감

용도: 리노베이션 상가, 책방, 중정 공간

감성: 거칠지만 포근한 / 오래된 정서

특징: 밝기보단 온도와 기억을 끌어내는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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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투명 유리 + 알루미늄 프레임 + 흑경(블랙미러)

용도: 모던 오피스, 갤러리

감성: 날카롭고 정제된 디자인 / 신뢰감

특징: 시선의 흐름을 강조 / 차가운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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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모노타일 + 오크 베니어 + 간접 매립등

용도: 화장실, 거실 벽체, 복도

감성: 절제된 도시적 감각 + 따뜻한 디테일

특징: 유지관리 효율 + 심리적 안정감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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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배치 #혼합의감각 #설계디테일 #조화로운공간 #c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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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 고요한 고급스러움

대리석 – 고요한 고급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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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게, 과하지 않게, 품격을 남기는 재료


대리석을 보면

조용히 ‘고급스럽다’는 말이 떠오른다.

빛나지 않지만 은은하고,

소리 내지 않지만 무게가 있다.

그게 바로

대리석이 공간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대리석은 자주 쓰이지만,

결코 가볍게 쓰일 수 없는 재료다.

하나의 면적만으로도

공간의 톤 전체를 조정해버리는 힘이 있다.

흰 바탕에 회색 맥이 흐르는 천연 대리석,

은은한 베이지톤의 따뜻한 계열,

무게감 있는 다크톤 마블.

이 자재들은 어떤 색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낯설지 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대리석을 쓸 때는

주로 배경보다는 중심을 구성할 때다.

벽 전체가 아니라 한쪽 벽,

바닥 전체가 아니라 단 하나의 입구,

세면대 상판처럼 손이 자주 닿는 부분.

대리석은

한 부분만으로도 감정의 균형을 세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리석은 고요하다.

다른 자재들이 각각의 질감을 이야기할 때,

대리석은 그 모든 것의 바닥이 되어

감정의 소음을 줄여준다.

그건 재료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배려다.

그래서 대리석은

장식이 아니라 기준선으로 작동한다.

그 위에 무엇을 더하든

절제된 질서가 유지된다.

대리석은 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에 놓였을 때,

공간 전체의 격이 정리된다.

그것이 대리석이 가진

고요한 고급스러움이다.


#대리석디자인 #고급마감 #자연재료의균형 #절제된감각 #c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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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치호[CHIHO]를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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範虎, 치호건축사사무소

검은 비단을 두른 범.

강인함 속에 절제된 품격을 담은 이름입니다.

치호(範虎)는 한국적 미감을 바탕으로 ‘균형’과 ‘내면의 힘’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건축을 짓습니다.

보이지 않는 구조에서 오는 질서와 여백의 깊이를 믿습니다.


부드러움 속의 구조, 구조 속의 감성

치호건축사사무소는 형태보다 본질을, 장식보다 질서를 탐구합니다.

건축은 감정이 머무는 구조이며, 기술과 미학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빛과 재료, 공간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건축의 온도를 만듭니다.

견고함 위에 감성이 쌓이고, 그 감성은 다시 질서로 귀결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짓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공간이 품어야 할 삶은 무엇인가.

빛은 어디에서 들어오고, 구조는 어떤 논리로 서야 하는가.

우리는 정해진 답을 찾지 않습니다.

주어진 제약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질서를 만들어 냅니다.

건축의 과정은 감정과 논리가 맞닿는 지점이며, 우리는 그 균형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CHIHO SYSTEM

치호건축사사무소의 시스템은 단순한 설계 사무소를 넘어

설계, 시공, 자재, 내역, 견적, 계약, 공문, 기록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건축의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모든 참여자가 흐름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자재몰에서 시작된 데이터는 내역과 견적을 자동으로 연결하며, 시공 과정은 일정과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정보는 축적되어, 다음 프로젝트의 경험으로 되돌아옵니다.

건축의 품질은 디테일의 누적으로 완성됩니다.

치호건축사사무소는 그 디테일을 데이터로, 시스템으로 관리합니다.


<<치호 포탈 SYSTEM>>

[견적] [계약] [기록] [공문] [BIM설계] [수량산출] [내역산출] [공정표] [시공계약] [시방서]

* 치호는 소규모 스튜디오 가운데 국내 유일의 시스템설계 체계를 갖춘 스튜디오입니다.


포트폴리오

우리가 만든 공간은 유행보다 맥락에 충실합니다.

도시의 구조, 땅의 결, 재료의 숨결을 읽으며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는 건축을 추구합니다.

건축은 순간의 미학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질서입니다.

치호건축사사무소의 공간은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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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삶의 품격을 짓는 일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짓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삶, 한 도시의 풍경, 한 세대의 기억을 짓습니다.

건축은 삶의 배경이자, 인간의 철학을 담는 그릇입니다.

치호건축사사무소는 그 그릇을 정성스럽게 빚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깊이 설계하고,

공간을 통해 사람과 시간, 기억을 잇습니다.


명지국제신도시 · 치호건축사사무소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2로 41, POSCO 샤인오피스 306호

jmc@chiho.co.kr

Tel. 051 711 2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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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 job史 (23)] 로마인들은 왜 목욕탕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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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성한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챗GPT] 

 

[뉴스투데이= 민병두 회장] 고대 로마인들은 왜 야외 목욕을 즐겼을까. 남녀가 함께하는 혼욕이 자연스러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한 목욕시설을 가동하기 위해서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유지했을까? 고대 로마인들에게 공공 목욕탕(Thermae)은 로마 시민권의 물리적 증거이자 '로마인다움(Romanitas)'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기둥이었다. 제국 전역에 걸쳐 건설된 수천 개의 목욕 시설은 정복지에 로마의 우월성을 전파하는 문명화의 도구였으며, 황제의 입장에서는 민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자산이었다.

 

목욕 문화의 기원은 자생적인 청결 습관과 외부 문화, 특히 그리스의 목욕 관습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초기 로마인들에게 목욕은 실용적인 목적에 국한되었으나, 제국이 팽창함에 따라 이는 거대한 사회적 의례로 진화하였다. 로마 목욕 시설의 명칭인 '발네움(Balneum)' 혹은 '발리네움(Balineum)'은 그리스어 '발라네이온(Balaneion)'에서 유래하였다.

 

초기 공화정 시기의 로마인들은 목욕을 사치스러운 행위가 아닌, 농사나 전쟁터에서의 노고를 씻어내기 위한 건강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했다. 세네카의 기록에 따르면, 고대 로마인들은 매일 팔다리를 씻고 일주일에 한 번 전신 목욕을 하는 절제된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시기의 목욕 시설은 '발네아(Balneae)'라 불리는 소규모 시설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주로 부유한 개인의 저택 내부에 설치된 사적인 공간이거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유료 공공시설이었다.

 

세네카는 리테르눔에 있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소박한 목욕실을 '발네올룸(Balneolum)'이라 부르며, 당대 제정 시기의 화려한 목욕 문화와 대비되는 공화정의 도덕적 엄격함을 찬양하기도 하였다. 기원전 3세기경부터 이러한 공공 목욕탕은 로마 시내에 급격히 확산되었으며, 가정 내 세척 시설을 점진적으로 대체하며 대중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목욕 문화가 거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격상된 것은 제정 시기, 특히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Marcus Vipsanius Agrippa)의 공헌이 결정적이었다. 아그리파는 기원전 1세기 말, 기존의 어둡고 좁은 발네아와는 차별화된 규모의 목욕 복합 단지를 건설하였다.

 

이때부터 '뜨겁다'는 뜻의 그리스어 '테르모스(Thermos)'에서 유래한 '테르마에(Thermae)'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대규모 황제 목욕탕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아그리파는 자신의 유언을 통해 이 거대한 시설을 로마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기부하였으며, 이는 이후 황제들이 거대한 목욕탕을 건설하여 민심을 얻는 '빵과 서커스'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황제들은 자신의 권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점점 더 거대하고 화려한 테르마에를 건설하였으며, 4세기경 로마 시내에는 약 800-900개의 민간 목욕탕과 11개의 거대한 황제 목욕탕이 존재하게 되었다.   

 

로마 목욕탕이 수천 명을 수용하면서도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도로 발달한 수로 시스템과 난방 공학 덕분이다. 이는 고대 기술의 정수로 평가받으며, 로마인들이 자연환경을 인간의 편의에 맞게 재설계한 대표적인 사례다.

 

목욕탕 운영의 전제 조건은 막대한 양의 물을 중단 없이 공급하는 것이었다. 로마인들은 중력만을 이용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수원지에서 도시로 물을 운반하는 아쿠아덕트(수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수로의 경사도(Gradient)를 정밀하게 유지하기 위해 로마 엔지니어들은 고도의 측량 도구를 사용하였다.   

 

· 그로마 (Groma): 직선과 직각을 측정하기 위한 십자형 막대로, 수로의 경로를 설정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 디옵트라 (Dioptra): 각도와 수평을 측정하는 기어 장치로, 복잡한 지형에서 수평 수준을 잡는 데 사용되었다.

· 코로바테스 (Chorobates): 약 6미터 길이의 수평계로, 비트루비우스가 가장 신뢰한 도구다. 물의 수평을 이용하여 미세한 경사도를 측정하였다.   

 

수로를 통해 공급된 물은 도시 곳곳의 저수조에 저장되었다가 목욕탕의 각 구역으로 배분되었다. 특히 대규모 황제 목욕탕을 위해 전용 수로가 건설되기도 했으며, 수로 공급 순위에서 목욕탕은 공공 분수 다음으로 높은 우선순위를 가졌다.

 

로마 목욕탕의 진정한 혁신은 '하이포코스트'라 불리는 바닥 난방 시스템이다. 이는 지하실의 화덕에서 발생한 뜨거운 공기와 연기를 건물 바닥 아래와 벽면 내부로 순환시켜 실내 전체를 덥히는 방식이다.   

 

로마 목욕탕 내부에서의 활동은 정해진 건축적 공간을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이루어지는 체계적인 의례였다. 이는 단순한 세척을 넘어 신체 단련과 사회적 교류가 결합된 과정이었다. 목욕객은 가장 먼저 '아포디테리움(Apodyterium)'에서 옷을 벗고 소지품을 보관한다.

 

이곳의 벽면에는 옷을 넣을 수 있는 선반이나 벽감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도난 사고가 빈번하여 부유층은 자신의 노예에게 짐을 지키게 하였다. 이후 목욕객들은 '팔라이스트라(Palaestra)'라 불리는 야외 운동장으로 이동하여 원반던지기, 역기 들기, 공놀이(Trigon) 등을 하며 가벼운 땀을 흘렸다. 운동은 신체를 가열하여 이후 단계의 목욕 효과를 높이기 위한 예비 단계였다.   

 

신체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목욕객들은 다음의 순서를 따랐다.

 

· 테피다리움 (Tepidarium): 미지근한 온도의 방으로,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공기 사이에서 신체가 적응하도록 돕는 완충 구역이다.   

· 칼다리움 (Caldarium): 화덕과 가장 가까운 뜨거운 방으로, 습기가 가득한 사우나 환경이다. 이곳에서 목욕객들은 땀을 흘리며 모공을 열고, 오일을 바른 뒤 '스트리질(Strigil)'이라는 금속 도구로 피부의 노폐물을 긁어냈다.

· 프리기다리움 (Frigidarium): 마지막 단계인 냉탕실이다.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었던 몸을 차가운 물에 담가 모공을 닫고 활력을 되찾는 과정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순서는 현대의 스파 시스템의 원형이 되었으며, 로마인들은 이를 통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거대한 목욕 복합 단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이들은 주로 노예나 해방 노예 계층이었으나, 각각의 영역에서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받는 전문가들이었다.   

 

· 포르나카토레스 (Fornacatores): 목욕탕의 심장부인 화덕(Fornax)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지하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땔감을 공급하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중책을 맡았다.   

· 플룸바리우스 (Plumbarius): 납(Plumbum) 파이프를 다루는 배관공이다. 수로에서 온 물을 배분하고, 배수 시스템을 설치하며, 납 파이프의 연결 부위를 땜질하는 기술직이었다.   

· 아쿠아리우스 (Aquarius): 목욕탕의 수위와 용수 공급을 전담하는 수자원 관리인이다.   

· 에딜리스 (Aediles): 로마의 공직자로, 목욕탕의 위생 상태, 배수 효율, 거리의 청결 등을 감독하는 총괄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 알리필루스 (Alipilus): 겨드랑이와 신체의 원치 않는 털을 제거하는 전문 제모사다. 이들은 핀셋을 사용하여 손님의 털을 뽑았다.   

· 운크토레스 (Unctores): 목욕 전후에 손님의 몸에 향기로운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는 전문가들이다.   

· 캅사리우스 (Capsarius): 탈의실에서 손님의 의류와 소지품을 보관하고 도둑으로부터 지키는 관리인이다.   

· 발네아토레스 (Balneatores): 목욕 의례의 전반적인 과정을 보조하고 시설 이용을 돕는 일반 관리인을 지칭한다.   

· 팝피나 상인 (Popina Vendors): 목욕탕 내부와 주변 상점에서 소시지, 빵, 견과류, 와인 등의 간식거리를 파는 상인들이다.   

· 도서관 사서 및 낭독가: 대형 테르마에에 설치된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거나, 시와 산문을 낭독하여 목욕객들에게 지적 유희를 제공하는 인력들이다. 

 

로마인들에게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선 사회적 '용광로'였다. 이곳은 계급 간의 경계가 일시적으로 허물어지는 동시에, 로마의 문명적 자부심을 확인하는 장소였다. 로마인들은 정복지에 가장 먼저 도로, 수로, 그리고 목욕탕을 건설하였다. 목욕탕은 '야만'과 '문명'을 가르는 척도였으며, 깨끗하게 씻은 몸은 로마 시민으로서의 우월함을 상징하였다. 

 

로마 황제들에게 대규모 테르마에 건설은 자신의 관대함을 입증하는 수단이었다. 카라칼라 목욕탕이나 디오클레티아누스 목욕탕과 같은 거대 건축물은 수천 명의 시민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었으며, 입장료를 사실상 무료로 책정하여 빈민층도 황제의 혜택을 누리게 하였다. 이는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는 정치 공학적 장치였다.   

 

목욕탕은 고대 로마인들의 '오티움(Otium)', 즉 생산적인 여가 활동의 중심지였다. 시민들은 정오까지 일을 마치고 목욕탕으로 몰려와 친구를 만나고, 최신 정치 소식을 공유하며,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도서관과 예술품이 전시된 정원은 목욕탕을 지적 담론이 오가는 문화적 광장으로 만들었다. 로마의 목욕 문화는 자연 온천에 대한 신앙 및 당대의 의학적 지식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다. 특히 자연적으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지역은 신성한 장소로 숭배받았다.

 

의학적으로도 목욕은 필수적인 처방이었다. 고대 의사들은 신체 내부의 체액 균형(Humors)을 맞추기 위해 목욕과 땀 흘리기, 마사지를 권장하였다.

 

특히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해 온천 근처에 목욕탕을 지어 근육통과 상처를 치유하게 한 것은 로마 군대의 전투력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목욕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 경제를 형성하였다. 수많은 목욕객이 모여드는 장소는 자연스럽게 상인들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이는 로마 도시 경제의 활력소가 되었다.   

 

수백 년간 지속된 찬란한 목욕 문화는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 서서히 저물어갔다. 이는 단순히 한 문명의 취향이 변한 것이 아니라, 경제, 환경, 전쟁, 종교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결과였다. 목욕탕 쇠퇴의 가장 물리적인 원인은 전쟁이었다. 서기 537년 고트 전쟁 중 오스트로고트 왕 비티게스(Vitiges)는 로마를 포위하고 도시로 들어오는 11개의 아쿠아덕트를 모두 절단하였다.

 

막대한 물 공급이 중단되자 거대 목욕탕은 즉각 운영이 중단되었으며, 시민들은 다시 우물물과 티베르 강물을 마시는 시대로 회귀하였다. 이후 수로를 일부 복구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제국 후기의 경제적 빈곤과 기술 인력의 상실은 거대 시설의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이포코스트 시스템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땔감을 소모하였다. 제국 후기 이탈리아 인근의 숲은 고갈되었고, 땔감을 멀리 북아프리카에서 배로 실어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운송 비용과 연료 가격의 상승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었으며, 결국 규모가 작은 지역 목욕탕으로의 축소를 불러왔다.   

 

기독교의 국교화는 목욕 문화에 대한 도덕적 논쟁을 촉발하였다. 초기 교회 교부들은 공공 목욕탕의 나체 문화와 혼욕,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육체적 향락을 신성모독적 행위로 간주하였다. 성 제롬과 같은 금욕주의자들은 육체의 청결보다 영혼의 순수함을 강조하며 목욕을 멀리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교회는 목욕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이를 병자나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적 목적으로 제한하거나 사적인 공간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였다.   

 

로마의 목욕 문화는 단순한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기술적 성취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명사적 흔적이다.  6세기경 수로의 파괴와 함께 대규모 테르마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그 정신은 중세 수도원의 위생 관리와 이슬람의 하맘(Hammam) 문화를 거쳐 오늘날의 대중 목욕탕과 현대식 스파로 계승되었다.

 

로마인들이 추구했던 '건강한 신체에 깃드는 건강한 정신'이라는 가치는 목욕탕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실현되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웰빙(Well-being)과 도시 공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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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시즌 2’ 속 랜드마크 누가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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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 후속작, K-건축 담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화려한 외관으로 눈길 모아

업계 최초 넷플릭스에 등장한 현대건설 ‘디에이치 갤러리’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현대건설 제공원본보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현대건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 2’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쏠쏠한 ‘숨은 장소 찾기’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서울의 화려한 주요 배경이 알고 보니 현대건설의 손끝에서 탄생한 건축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시즌 2’는 시즌 1의 명성을 이어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한 기대작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극 중 한국 글로벌 기업의 대형 사옥과 최고급 성형외과 빌딩이 화려한 외관과 함께 등장한다. 억만장자 회장이 가진 재력의 상징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사가 엄선한 핵심적인 두 공간이 모두 현대건설이 시공한 건축물이다.


극 중 재력가 회장님이 소유한 글로벌 기업의 사옥으로 등장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대표 오피스 건축물이다. 정육면체의 초대형 빌딩 속에 비워진 공간과 건물 전체를 둘러싼 섬세한 핀(Fin, 알루미늄 루버) 디자인은 넷플릭스 화면 속에서 세련되면서도 절제된 한국적 미학을 표현했다. 이 건물이 가진 독창적인 조형미와 고급스러운 마감 퀄리티가 극 중 글로벌 기업의 독보적 위상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제작진 측이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에이치 갤러리(THE H GALLERY)'. 현대건설 제공원본보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에이치 갤러리(THE H GALLERY)'. 현대건설 제공



드라마 속에서 우리나라 최고급 성형외과 클리닉으로 등장하는 돔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의 빌딩. 이곳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갤러리(THE H GALLERY)’로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의 정체성을 구현한 공간이다. 건설사 갤러리가 넷플릭스 미드 시리즈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 것은 업계 최초 사례로 독특하고 세련된 외관 덕분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은다.


이번 촬영지 선정은 영상미의 정점을 추구하는 할리우드 제작진의 안목을 충족시킬 만큼 국내 건축물의 예술적·상징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한다. 특히 현대건설의 작품들은 글로벌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하는 넷플릭스 작품 속에서 현대건설이 완성한 건축물이 등장하여 영광으로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현대건설의 건축물들을 감상하며 더 재미를 느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자주 찾아볼 수 있게 K-건설 대표 주자로서 업적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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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작품노트] 절제된 입면, 내밀한 내부 공간 살린 ‘유유재’ - 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전라남도건축사회) < 종합 < 뉴스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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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경계부 위치, 상반된 풍경·밀도 배경 삼아내부 이격으로 생긴 공간, 내·외부 연결성 높여

유유재  전경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  전경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김예은 건축사가 설계한 ‘유유재(有齋)’는 전라남도 순천 내 도시와 농경부의 경계부에 위치해 있다. 고요함이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1·2층은 근린생활시설, 3·4층은 주택으로 설계됐다. 

유유재 3층 회의공간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 3층 회의공간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의 입면은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다. 외관이 특별하진 않지만 주변 건축물과 조금 다른 재료와 재질감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예은 건축사는 수려한 자연과 맞닿은 순천의 도시와 농경지의 상반된 풍경과 밀도를 배경으로 담아냈다.

유유재 3층 다가구 거실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 3층 다가구 거실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의 상층부는 주택의 특성이 고려됐다. 내밀한 내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창, 각 층마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있는 테라스, 그리고 쉼 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부지에 주어진 시각적 배경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 건축사는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인한 4층 주택의 내부 이격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격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틈새는 사방을 돌아볼 수 있는 동선으로 내·외부 연결성을 높였다.

유유재 4층 쉼공간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유유재 4층 쉼공간 (설계=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사진=김성희_사진짓기)

 

건축 개요

위치 : 전라남도 순천시 지현길 206

용도 : 단독주택(다가구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321.00㎡ / 건축면적 : 184.92㎡ / 연면적 : 592.58㎡

규모 :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설계기간 : 2020. 12 ∼ 2021. 08 / 공사기간 : 2022. 04 ∼ 2022. 12

설계 : 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

감리 : 건축사사무소아키라인.주

사진 : 김성희_사진짓기

협력 : 주.아이원구조엔지니어링(구조), 미오엔지니어링(기계·설비), 주.한울이엔지(전기·소방)

 

건축사소개

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전라남도건축사회)김예은 건축사·로그 건축사사무소(전라남도건축사회)

김예은 건축사는 전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과 예술전문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광주의 건축사사무소 휴먼플랜, 건축사사무소 플랜에서 실무를 쌓은 후 현재 로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을 통해 삶을 기록(log) 하고자 건축주와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젊은 건축사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태어나 살아왔고, 배우며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역사를 고민하며 전남대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 강의, 민간 프로젝트 진행, 지역의 예술가와 교류하며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무소 : 전라남도 순천시 지현길 206, 2층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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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야당’ 흥행 ‘소주전쟁’으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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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야당’으로 흥행을 이끌었던 유해진이 ‘소주전쟁’으로 돌아온다.


유해진은 영화 ‘야당’에서 출세를 꿈꾸는 냉철한 검사 구관희를 연기하며 내면의 야망과 갈등을 절제된 표현으로 드러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야당’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33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5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다.


유해진은 ‘야당’의 흥행 여세를 이어 위기의 소주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보그룹 재무이사 표종록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 ‘소주전쟁’에서 유해진은 조용하고 충직하면서도 강한 신념과 현실적인 고뇌가 공존하는 인물을 맡아 또 한 번 극의 중심을 이끈다.


이번 작품에서 유해진은 인물의 신념과 태도에 집중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표종록의 복잡한 내면을 날것으로 드러내기보다 절제된 감정과 신중한 호흡으로 쌓아 올리며 인물의 깊이를 구축해 냈다는 전언. 회사와 동료들, 삶 자체였던 회사를 향한 애정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며 캐릭터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동시에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균형감 있게 이끌며 연기 내공을 제대로 입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주전쟁’은 오는 3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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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대선의 격전지로…이재명 '연임제' vs 김문수 '중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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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대선의 격전지로…이재명 ‘연임제’ vs 김문수 ‘중임제’

정치가 헌법을 다시 묻는다…국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권력을 누구의 손에 둘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SBS뉴스 갈무리]


[직썰 / 안중열 기자] 2025년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헌법’이 부상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만에 권력의 설계도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는 질문이 정치의 중심에 떠오른 것이다. 이번 개헌 논의는 연임제와 중임제라는 임기 구조의 선택을 넘어, 국가는 무엇을 보장해야 하며 권력은 어떻게 절제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정치 철학의 대결로 비화하고 있다.


◇“연임제 vs 중임제, 철학이 다른 두 국가 구상”

개헌을 대선의 전면에 올린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익산 유세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공식 제안했다. 이틀 뒤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본 틀로, 정치 특권 해체 조항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하며 대응했다. 개헌이 이처럼 본격적인 대선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이다.

두 후보는 모두 단임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그 해법은 전혀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연임제를 꺼내 들었다. 이어 ‘기본소득과 주거권, 노동권 등 사회권을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가는 국민 삶의 최소선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직을 최대 두 번으로 제한하는 중임제를 제안하면서 권력의 순환과 통제를 핵심으로 강조했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 폐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회 면책특권 삭제 등 이른바 ‘정치 특권 해체’ 조항도 함께 담았다. 그는 권력이란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절제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정치권 전반에 대한 견제 장치를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의 개헌은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 개헌인 반면, 김문수의 개헌은 국가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하나는 유능한 행정국가의 구상을 전제로 하고, 다른 하나는 절제된 통치구조의 설계를 지향한다.


◇복지국가냐 절제국가냐…제도 설계의 선택

연임제와 중임제는 대통령 임기 구조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가의 역할과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연임제는 정책 연속성과 행정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한 번 더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중장기 정책에 대한 안정적인 추진을 강조한 셈이다. 여기에 사회권 명문화까지 함께 제시하면서, 헌법을 복지국가의 토대로의 전환도 공언했다.

김문수 후보의 중임제는 권력의 견제와 분산에 초점을 둔다. 단임제의 폐쇄성과 행정 연속성 부족은 인정하지만, ‘권력을 장기적으로 위임하는 방식보다는 시민이 주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와 정치권 전반을 국민의 감시 대상 안에 두고, 특권 구조를 해체하는 헌법 체계의 설계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재명 후보가 국가의 책무와 역할을 헌법적으로 강화하려 한다면, 김문수 후보는 권력의 크기와 방향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개헌 논의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보장국가로 나아갈 것인지, 권력을 나누고 통제하는 절제국가로 재편될 것인지를 놓고 유권자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례가 말하는 개헌의 조건

사회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은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이미 주거권, 노동권, 교육권 등 사회적 기본권을 헌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 국가는 권리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입법적 실현 메커니즘과 재정 기반을 함께 설계함으로써 헌법 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사회권을 헌법에 담는 것이 곧바로 복지를 실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권리가 작동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재정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반면 김문수 후보의 개헌안에 포함된 국민소환제나 정치인 감시 장치는 남미의 사례에서 그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지만, 제도가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정치 불안과 정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운영하면서도 국민 발안과 소환 요건에 엄격한 절차를 부과해 제도의 남용을 통제하고 있다.

헌법학계는 사회권 명문화와 국민통제형 개헌 모두 ‘설계의 균형’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전자는 입법·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상징적 선언에 머물 수 있고, 후자는 제도가 정치를 감정화하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내용보다 그 운영 방식과 실현 구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치보다 제도? 제도보다 문화?

시민사회는 이번 개헌 논의에서 제도 그 자체보다 정치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헌법은 작동하는 정치문화와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헌법 조문만 바뀐다고 해서 정치가 변하지는 않는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경실련도 “권력 통제 장치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오히려 정치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은 한국 정치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작 제도 변화는 정치 불신을 완화하지 못했다. 오히려 구조보다 정치문화의 실패가 불신을 재생산해온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들은 각기 다른 개헌안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개헌안을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둔 헌정 설계”로 설명하며 복지국가 전환의 초석으로 평가한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의 개헌안을 “정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설계”라고 강조하면서도, 민주당 안에 대해선 “연임제는 장기집권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도 김문수 안에 대해 “정치의 감정화를 헌법에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개헌은 민주주의의 자기 진단이다

대통령 임기를 다시 설계하자는 이번 개헌 논의는 단순히 연임제와 중임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를 원하느냐, 아니면 국민이 언제든 통제할 수 있는 국가를 원하느냐는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다.

국가가 헌법을 통해 복지 책임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 통제를 강화할 것인지를 둘러싼 이번 개헌 논쟁은 정치의 자기 진단이자 민주주의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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