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사고

한국거래소가 부산 남구에 추진 중인 금융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 사업이 1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주한 '마스터플랜 및 건축설계 용역'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부지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연내 착공 목표는 물론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BNK금융지주와 부지선정위원회를 꾸려 남구 용호동 960 일대 약 2만9000㎡를 설립 용지로 정했다. 당시 계획은 2026년 용지를 매입하고 학교법인을 설립한 뒤 착공해 2029년 3월 개교하는 것이었다.

용지 확정까지 남은 행정 절차만 산더미

연내 착공하려면 설립 용지 확정에 이어 남구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입안,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매각가 산정, 부산시의회의 공유재산 매각 심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부지 선정 후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거래소는 건립 용지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발목을 잡은 건 추가 용지 매입을 둘러싼 부산시와의 입장차다. 거래소는 지난해 9월 설립 용지 옆 유람선터미널(7159.2㎡)과 도로(2634.4㎡), 완충녹지(6152.1㎡) 등 총 1만5945㎡를 추가로 매입하겠다는 뜻을 시에 전달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시는 이미 공문으로 이 제안을 공식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유람선터미널은 해양관광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 잡혀 있고, 해당 도로는 인근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어 매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거래소가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경영평가 등급이 전년 대비 두 단계 떨어진 B등급으로 나온 것도 사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소가 B등급을 받은 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 여파로 올해 직원 성과급이 반토막 나며 내부 사기도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자사고 설립을 강하게 추진해온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사업 일정은 더욱 촉박해졌다. 지역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설립비만 최소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사업의 집행 여부를 임기 막바지에 놓인 현 임원진이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착공이 가능할지 여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공식적인 계획 연기나 변경은 없다"며 "실무 차원에서 설립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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