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이란
요새 청년들이 이런 말 많이 하죠.
“우리가 역사상 가장 공부 많이 한 세대래.”
“우리가 제일 똑똑한 세대래.”
맞습니다.
여러분은 20~30년 전 기성세대보다 공부 더 많이 했고, 학력도 높고, 정보도 훨씬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부자는 더 못 될까요?
왜 삶은 더 팍팍해졌을까요?
여러분이 아무리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도,
아무리 공부를 더 하고, 자격증을 더 따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더 늘려도
여러분이 머릿속에 그려 놓은 그 성공, 그 성취는
저 멀리 도망가 버린 것처럼 느껴지죠.
오늘은 이 이야기,
“그놈의 생산성, 그놈의 목적주의”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컸습니다.
“오늘 하루 생산적으로 보내야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좀 생산적인 걸 해.”
“밥 빨리 먹고 공부해.”
우리나라만큼 밥을 빨리 먹는 나라도 없을 겁니다.
우리가 소화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밥 먹는 시간이 ‘생산성이 없는 시간’으로 취급되기 때문이죠.
빨리 먹고 공부해야 하고,
빨리 먹고 일해야 하고,
빨리 먹고 돈 벌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 밑바닥에는 이런 공식이 깔려 있습니다.
인생에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주로 경제적 성공, 성취, 지위 같은 것이며
그 목적에 가까이 가려면
내 하루하루는 반드시 “생산적인 하루”가 되어야 한다.
이걸 저는 목적주의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도구가 바로 “생산성”이죠.
하루를 쪼개서,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자기계발 책에서 말하는 대로 “일잘러”가 되려고 애쓰고,
그렇게 생산적인 하루를 잘 쌓으면
언젠가 위대한 성공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어온 겁니다.
그런데 이 도식이,
지금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성장 시대에는 이 도식이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월급 모으고,
부동산 공부해서 아파트 사고,
그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오르고,
팔아서 상급지로 갈아타고,
대출 끼고 또 갈아타고…
“성공을 향한 화살표”가 그려진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아무리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도,
아무리 부동산 공부, 코인 공부, 주식 공부를 해도,
월급을 아무리 아껴 모아도,
서울에 작은 원룸 하나 얻기도 버거운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내 하루의 생산성과
내가 꿈꾸던 성취 사이를 연결해주던 화살표가
이제는 거의 끊어져 버린 겁니다.
게다가, AI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직종에서
인간의 “생산성”은 AI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간에게 일을 시키는 것보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해집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또 똑같이 말합니다.
“그래도 더 생산적이어야 돼.”
“AI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공부하고, 더 성장해야 해.”
과연 이게 답일까요?
이제 여기서 갈림길이 생깁니다.
첫 번째 길.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
저성장 시대에도, AI 시대에도,
어쨌든 ‘이기는 사람’은 나온다.
그러니까 더 공부하고, 더 생산성을 올리고, 더 달려야 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은 여기에 서 있습니다.
두 번째 길.
“잠깐만.
혹시 애초에 이 ‘도식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야?
하루의 생산성을 쌓고 쌓으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그 믿음,
그게 처음부터 허상이었던 건 아닐까?”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 많아야 2% 정도일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1~2% 쪽으로 가보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성공과 성취에는 수십, 수백 가지의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경제 상황, 금리, 전쟁, 기술 변화, 정책, 시대 분위기, 출생 시기, 부모, 건강, 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여러분이 아무리 생산적인 하루를 살아도
그 하루가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5%에서 10% 정도일 수 있습니다.
나머지 90%는 “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고성장기에는,
우연히 그 5~10%의 노력 위에
운이 겹겹이 얹히면서
강남 아파트 대박, 부동산 급등 같은 성공 사례들이 쏟아졌고,
그 성공한 사람들이 뒤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봐라, 나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너도 이렇게 하면 된다.”
우리는 이 말을 “공식”으로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공식이 아니라
“운 좋은 사람들이 나중에 붙인 설명”에 가까웠습니다.
지금 저성장·AI 시대가 오면서
이 허상이 깨지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나약해서가 아니고,
노력 부족이라서도 아니고,
생산성이 낮아서도 아닙니다.
이미 여러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생산성이 높은 세대입니다.
더 올릴 여지도 거의 없는, 벽에 가까운 상태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의심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이 도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산성도 버리고, 노력도 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
그건 아닙니다.
핵심은 “무엇을 위해 사느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생산성 → 성공 → 그게 인생의 의미.
그런데 이 구조가 기계에 더 잘 어울린다면,
그 구조를 인간에게 계속 강요해야 할까요?
기계는 투입과 산출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존재입니다.
입력, 연산, 출력.
이 공식이 통하는 건 기계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을
반도체처럼,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처럼,
“생산성”으로만 평가하려고 해왔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이겁니다.
이제는 “목적주의”가 아니라
“충만주의”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
성공과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이 충만하기 위해서 사는 것.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
10년 뒤에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희미한 약속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밥 먹는 시간,
산책하는 시간,
책 읽는 시간,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이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게 “인간다운 길”입니다.
AI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이 뭘까요?
AI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생산하는 것일까요?
이미 게임이 안 됩니다.
그 길로 가는 순간, 우리는 평생 기계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방법은 이겁니다.
기계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영역,
바로 “인간다운 삶”으로 가는 것.
몰입, 충만감, 관계, 의미, 감정, 서사, 가치관, 철학.
이건 생산성 그래프에 찍히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예전 세대처럼 부자가 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AI를 생산성 경쟁으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절망의 선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해방 선언입니다.
“그놈의 생산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는 더 생산적인 인간이 아니라
더 충만한 인간이 돼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되,
그 노력이 미래의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함, 나다운 삶을 위한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요약하면 이겁니다.
첫째, “생산적인 하루 =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도식은 허상이다.
둘째, 저성장·AI 시대는 이 허상을 강제로 깨뜨리는 시대다.
셋째, 이제 우리는 “목적주의”가 아니라 “충만주의”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넷째,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 역설적으로 AI 시대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질문은 이것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생산적일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충만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으로 안경을 바꾸는 순간,
여러분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