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국익 중심 실용외교' 핵심기조로 설정오리온·풀무원·삼양식품·농심 등 K푸드 중국 공략 박차'K뷰티·패션' 글로벌 경쟁력 가속화… 현지 MZ 공략한중 관계 개선, 긍정적 신호… "맞춤형 전략이 중요"

삼양식품 밀양 제1공장과 밀양 제2공장. 사진=삼양식품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유통업계가 중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발 훈풍에 기대를 걸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비자 면제 허용으로 중국인 관광객 늘고 '소비회복' 예고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외교·안보 분야 핵심기조로 내세웠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중요 무역 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고 평가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최고점이던 2016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6년 800만명에 이르렀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460만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 일반여권 소비자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자 양국이 원만한 관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3분기에 예정된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도 확실히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자 면제가 허용되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고, 특히 3분기에는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10월 1~8일)과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중국인들의 국내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식품업계, 중국 통해 생산량 확보 총력
식품업계의 경우 중국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공략 국가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중국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곳은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올 1분기 중국 법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3282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시장의 특수성을 뚫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1700개 이상의 경소상(기업형 도매상)과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육포, 오트 쿠키 등 수요가 증가하는 건강 간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한편 성장채널인 간식점, 창고형매장 전용 제품 공급 증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풀무원은 두부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 중국 법인의 연간 두부 매출은 2020~2024년 연 평균 16% 증가하는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 최초로 물류 콜드체인을 도입해 현지 전역에 두부를 공급하고 있으며 장기보관이 가능한 유통기간을 차별화 포인트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신공장 첫 건립지로 중국을 낙점했다. 중국은 삼양식품의 글로벌 매출 비중 1위(27%) 시장인 만큼 저장성 자싱시에 신공장을 건립해 중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연 8억개 규모의 현지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11일 밀양 제2공장 준공식을 갖고 가동을 시작했다. 밀양 1공장에서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불닭볶음면을 주로 생산해 중국시장에서도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농심도 중국 대륙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2월 '신라면 툼바'를 '2025년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SIAL Shanghai 2025)에서 신제품으로 소개했다.
그룹 세븐틴의 중국인 멤버 디에잇을 모델로 쓴 영상 광고를 송출하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농심 중국법인은 2023년(1분기 47억원)과 지난해(49억원) 이어 올해(59억원)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BBQ는 지난달 20일 베이징과 칭다오, 지난, 선전, 샤먼, 우한, 시안, 청두 등 중국 8개 도시에 매장을 내기 위해 이들 지역 프랜차이즈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했다. BBQ는 중국에서 매장을 1000개 이상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2008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교촌은 중국 선진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올 2월에는 중국 선전에 있는 신규 프리미엄 쇼핑몰 ‘치엔하이 완샹청'에 직영 매장을 냈다. 교촌은 선전 매장 운영을 통해 중화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진설 라인'.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K뷰티·패션, 중국시장 재공략 나서
이처럼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예상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컸던 뷰티·패션 기업들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약 3조5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인 미국(18.7%)과는 큰 격차가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반증이다. 이에 주요 화장품업체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 재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내세워 중국 현지에서 ‘명품 화장품’ 이미지를 견고히 다지는 방식으로 가성비 위주의 현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중국 사업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준비에 나섰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전날 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포기할 수 없다"며 "중국 내부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고 양국 관계도 개선되는 분위기다. 이제는 구조조정보다는 성장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대표 브랜드이자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브랜드인 '더후'를 통해 중국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말 중국에서 더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천기단 라인 신제품을 소개했다.
에이피알도 올 1월 중국에서 '메디큐브' 단독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완판을 기록하는 등 왕홍을 통한 중국 본토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중국 숏폼 플랫폼인 '도우인' 내 왕홍들을 활용한 관련 시장 공략을 이어왔다.
패션업계도 적극적이다. 무신사는 향후 5년 내 해외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8월부터 국내외 무신사 플랫폼의 입점 시스템을 연동하기로 했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1994년 공장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랜드는 중국에서 3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본 만큼 중국 시장의 성장세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소비 시장으로서 막대한 잠재력을 갖춘 국가인 만큼 한중 관계 개선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 신호가 아닐 수 없다"며 "단순 관광객 유치나 단기 매출 회복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