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많은 집은 왜 외로울까
넓은 집, 방이 많은 집이
좋은 집이라는 믿음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다.
가족 수보다 더 많은 방,
각자의 공간, 각자의 취향,
각자의 문을 가진 구조.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이 많을수록 집 안은 더 조용해지고,
문이 많을수록 대화는 줄어든다.
각자의 방은 분리의 상징이 된다.
학습, 휴식, 여가, 모든 것을 방 안에서 해결하게 되면서
공동의 공간은 통로가 되고,
거실은 이동의 중간지점이 된다.
사람들은 같은 집에 살면서도
하루에 몇 마디밖에 나누지 않는다.
그 침묵은 단절에서 오기도 하지만,
공간이 만들어낸 거리감이기도 하다.
문이 많아질수록 닫히는 소리가 늘어난다.
그 소리는 물리적인 구획이지만,
감정의 경계로도 작동한다.
서로의 생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불이 켜져 있는지조차 모르며,
식사 시간에도 각자의 방에서 나오는 속도는 다르다.
넓고 편하지만
그 편안함이 공동의 경험을 만들지 못할 때,
그 집은 서서히 '집'이라는 감각을 잃어간다.
방이 많다는 건,
물리적인 독립이 아니라
감정의 고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독립이 외로움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독립들 사이에
이어지는 공간이 없을 때다.
함께 머물 수 있는 중간의 공간,
가볍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말 없이도 마주칠 수 있는 구조.
그런 여백들이 빠졌을 때,
방은 외로움을 강화한다.
마무리하며
방이 많다는 건 나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방들이
서로를 외면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그건 집이 아니라
작은 셀들의 집합이 된다.
좋은 집은 방의 수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 방들 사이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
그게 공간의 따뜻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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