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K푸드 장벽, 초거대 美 식품 몰려온다 < 헤드라인톱 < 유통소비자 < 생활경제 < 기사본문 - 이뉴스투데이
[사진=프리픽·생성형 AI Gemini, 그래픽=박재형 기자]
[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중심으로 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된 데 이어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까지 이어지는 등 식품기업들의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27일 미국 국무부의 ‘투자환경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장벽 완화와 시장 접근성 극대화, 자국 산업의 투자 환경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개방 요구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역시 올해 ‘ECCK 백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천연향료 기준이 국제 규격과 달라 제품 개발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식품산업은 장기간 농가와 제조업 보호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과 까다로운 검역 절차가 유지돼 왔다.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업으로 분류돼 개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입 통관 과정에서 위생 검역과 표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통망은 국산 제품 위주로 자리 잡았고, 수입 식품의 진입 규모는 일정 수준으로 조정돼 왔다.
하지만 수입 통관 절차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최근 글로벌 교역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국내 식품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주요 산업 생산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 조치를 시행한 후 유럽연합(EU)과 인도 등도 유사한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산업 전반에 자국 우선 기조가 퍼지면서 농식품 분야에서도 상호 개방과 보호 논의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EU는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가공식품에 대한 검역 완화, 표시 기준 조정 등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검역과 위생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포함되면서 국내 시장의 개방 폭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국제 무역 구조가 상호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특정 국가에 대한 완화 조치가 다른 국가의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 식품업계가 맞이할 경쟁 부담은 커지고, 해외 식품과의 가격·품질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시장 개방이 당장 급격한 경쟁 심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국가 간 협의가 향후 시장 구조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 수입 제품이 수입 제품이 점차 확대되면 소비자 선택이 분산되고 국내 제품의 판매 구조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식품 교역 특성상 개방 조치는 수입뿐 아니라 수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기준과 비슷한 관세, 검역 절차를 유지하면 상호 대응 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 기업의 수출 판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통상 압력 확대에 따라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교역국의 요구 사항를 분야별로 파악하고, 정부 차원 전략을 수립해 국내 기업 보호와 상호 균형적 시장 환경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은 건강과 직결된 품목으로 국제 규범상 국민건강권과 위생 검역을 근거로 한 일정 수준의 수입 규제가 허용된다. 다만 기준이 완화되면 내수 산업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현 수준의 규제를 유지할 경우 교역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우리 식품의 수출 통로를 좁힐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통상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면 개방 정책이 충돌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입문을 닫을수록 수출로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식품의 수입 규모가 다른 산업 공산품 대비 적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국내 식품산업의 피해를 막고 소비자 선택권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