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수출항 인프라 바탕, 기술·인력 보완 거점화해야
정부가 구상 중인 i-SMR 발전소 절개도. 한수원 제공 |
부산이 정부의 재정·제도·법적 지원을 발판 삼아 사실상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은 설계부터 건설·운영·해체에 이르기까지 국내 원전 산업의 전 주기를 완성한 상징적인 도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부산 기장군이 국내 첫 SMR 건설 부지로 선정된 것은 원전도시 부산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SMR 시장에서 메카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31일 관계부처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니 원전’ 개념의 SMR은 AI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과 맞물려 전세계 첨단 에너지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는 국내 1호 SMR이 구축될 부산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SMR 시장에서 관련 생태계를 주도하고 선도 도시로 우뚝 설 기회를 얻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산연구원 구윤모 책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인 SMR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진다”며 “고리원전과 원전기자재업체, 다양한 분야의 연구기관이 있는 부산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SMR 산업에서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마다 수치에 편차는 있지만 SMR 관련 시장 규모는 향후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5년 400조~60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2040년까지의 연평균 추정 성장률은 22%다. 다만 이 전망치는 SMR이 여전히 생소했던 2024년께 나온 것이다. IAEA가 이 전망을 현재까지 유지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도 2035년 세계 SMR 시장 규모가 최대 6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컨설팅 전문 업체 삼정KPMG는 2040년 4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미국 중국 등 SMR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국 간 ‘물밑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규모는 현재까지 나온 전망치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부산이 지역에 있는 ▷원전기자재 및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 ▷부산항 등 수출에 유리한 지리적 요건 ▷원전 관련 연구개발(R&D) 기관 ▷고리원전 등 인프라를 활용해 지금부터 ‘글로벌 SMR 거점’으로 발돋움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의 SMR 관련 기술·인력이 현재 충분한 수준을 갖췄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함께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30년대 중·후반 상용화가 예상되는 해양 SMR(부유식 원전+원자력 추진선) 분야는 부산이 국내 첫 혁신형 SMR 부지(기장군), 한국선급(KR) 본사, 한국해양대 해양SMR추진단, 조선기자재 집적이라는 국내 유일의 삼각 결합(원자력·조선·해운)을 갖춘 최적지라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받는다. 부산이 이를 선도하려면 부유체 제작을 넘어 ‘국제 인증·표준 선점’에 집중해야 한다. UN 산하 국제해사원자력기구(IMNO) 유치, 기장 원자력 클러스터와 조선기자재 산업의 실증 연계, 규제특구·전용 예산 확보가 핵심 지렛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