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예고에 전세 놓은 집주인 셈법 복잡해져
실거주 전환 늘어나면 세입자 계약 연장 불확실성↑
서울 전셋값 급등, 매물 감소 우려까지…부담 확대
“전셋값 4.8억인데 또 나가라고요?”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고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세입자들에게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에 주던 세제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당장 세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을 전세로 내놓은 채 다른 곳에 사는 1주택자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인 셈법이 달라졌다. 집을 계속 임대할지, 팔지, 직접 들어가 살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문제는 집주인이 실제 거주를 택할 경우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갖고 있어도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로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보유’보다 ‘거주’…집주인 계산법 달라진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부동산 분야 핵심은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비거주 주택과 고가주택에 제공하던 세제 혜택은 줄이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주택 과세대상 기준금액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인다.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집 한 채를 갖고 있지만 그 집에 살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보유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었던 혜택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뀐다. 종부세 1주택 세액공제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모두 보유기간에 대한 공제를 거주기간에 대한 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다. 비거주 주택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제외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는 한도도 생긴다. 정부안대로라면 2027년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의 공제한도가 적용된다.
시행은 단계적이다. 종부세는 2027년부터 2년에 걸쳐 개편하고, 양도세는 2027년 한 해 유예한 뒤 2028~2029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집을 오래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세제상 이점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더 크게 좌우한다. 전세를 놓고 다른 곳에서 살던 1주택자에게 직접 입주라는 선택지가 이전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집주인 실제 들어온다면…갱신청구권도 예외
그동안 세입자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계약갱신청구권이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한 차례 요구할 수 있고, 갱신되는 계약기간은 2년이다. 갱신 과정에서 임대료를 올리더라도 증액폭은 기존 차임이나 보증금의 5%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임대인 본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다. 이때 집주인은 법에 따라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들어가 살겠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그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을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집주인의 현재 주거 상황과 직장·학교, 이사를 준비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제 거주 의사를 판단한다.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임대했다면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집을 매각한다는 사실 자체는 갱신 거절 사유가 아니다. 하지만 새 집주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넘겨받은 뒤 법에서 정한 갱신거절 가능 기간 안에 실제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새 집주인 역시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전세 한 달 새 1.08%↑…평균 4.8억원
문제는 세입자가 밀려났을 때 옮겨갈 전셋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한 달 새 1.08% 올랐다. 5월 상승률 0.91%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서울 전세가격이 월간 기준 1% 이상 오른 것은 2013년 10월 이후 12년8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만 떼놓고 보면 한 달 상승률은 1.37%에 달했다.
6월 기준 서울 주택의 평균 전세가격은 4억8478만9000원, 중위가격은 4억185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매물도 넉넉하지 않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7551건으로 2년 전 4만3917건보다 14.5% 줄었다.
집주인의 실거주로 계약갱신이 거절될 수 있는 세입자 상황과 서울 전셋값 상승세를 표현한 이미지. 서울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6월 기준 4억8478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
정부도 세제개편이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고 있다. 세제개편안 문답자료에서 임대차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질문을 별도로 다루면서 월세 세액공제 확대와 주택 공급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이 실제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과 전세 물량 감소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제도 시행까지 시간도 남아 있다.
전셋값은 이미 뛰고 있고 매물은 줄어든 상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유인까지 커지면 전세 공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온다.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