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넘어 일상으로… '디지털 달러'의 확장 [스테이블코인 전쟁②]

작성일: 2025-05-27 08:29:38

초창기 비트코인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스테이블코인이 이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송금 수단으로, 때로는 실물 경제를 대체하는 결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와 핀테크 시장의 수요가 맞물리며,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통화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조용한 화폐 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테더(USDT)와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은 이미 글로벌 금융 흐름을 바꾸는 수준으로 커졌다.

 

거래 기준자산에서 실사용 화폐로

최초 스테이블코인 테더를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다. / 사진 = 테더사

스테이블코인의 시초는 2014년 처음 출시된 '리얼코인'이다. 블록체인에서 미국 달러처럼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자산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듬해 브랜드를 '테더'로 바꾸고 비트파이넥스 거래소에 상장,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목적은 단순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거래를 보조하고, 거래소 간 자산 이동을 효율화하는 기준 자산이었다.

이후 쓰임새는 빠르게 확장됐다. 탈중앙금융(DeFi) 생태계의 성장과 맞물려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서 기축자산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들이 디지털 달러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국경을 넘는 디지털 유동성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외연이 커지고, 실사용 경로가 다양해진 점도 확산을 뒷받침했다.

 

시장을 장악한 두 스테이블코인, USDT와 USDC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USDT와 USDC다. 두 코인은 공통적으로 준비금 기반 구조를 갖고 있다. 사용자가 1개의 코인을 발행사에 반환하면,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USDT는 테더사가, USDC는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가 공동 발행한다. 각각 수십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 현금성 자산 등을 담보로 보유 중이다. 2025년 5월 기준 USDT는 1110억달러(약 152조원), USDC는 320억달러(약 44조원)의 시총을 기록 중이다.

USDT와 USDC의 미국 국채 보유량 추이 / 사진 = 코빗리서치센터

USDT는 시장 점유율 기준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며 사실상의 표준으로 기능하고 있다.그러나 투명성과 회계 감사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보다 투명한 구조를 강조한 USDC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일부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은 자사 서비스에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하거나,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마트에서, 월급날에도…스며드는 스테이블코인

최근에는 일상 생활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홍콩 기반의 '리닷페이(RedotPay)'는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면 애플페이나 구글페이와 연동해 전 세계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비자(VISA) 결제망과 연동된 실물 카드도 제공한다. 마트, 편의점, 호텔, 항공사 등에서도 일반 카드처럼 사용 가능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홍콩의 리닷페이(RedotPay) / 사진 = 리닷페이

급여 지급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새로운 용도로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나 글로벌 프리랜서들은 미국 달러 대신 USDC로 급여를 받고 있으며, 환전 수수료와 은행 처리 시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한국 기업의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급여 수령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은행 계좌 없이도 본국으로 자금을 전송할 수 있어,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장은 각국 제도권의 대응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와 발행 요건을 담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해 관련 생태계에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민병덕 의원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개정안에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조건과 준비금 기준이 포함될 예정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글로벌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경제와 연결된 디지털 자산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는 ‘선 규제, 후 시장’ 구조로 민간 실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혁신의 기회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구조적 열위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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