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 터졌다!” 주담대 ‘하루 150건’에 새벽 줄 선 사람들
DSR 3단계 시행 앞두고 주담대 ‘오픈런’…대출 수요에 긴장 고조
금융권 금리 인하 경쟁, 단기적으로 점유율 확보에 도움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가계대출 증가 초래…금융당국 추가 규제 부를 수도
오는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 150건이라 출근 전 앱부터 켜요”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스타뱅킹’에서는 오전 9시 이전부터 주담대 신청자가 몰려 “일일 대출 가능 건수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 문구가 매일 반복되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이는 국민은행이 비대면 주담대 신청 건수를 하루 150건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해당 상품의 금리가 경쟁사 대비 0.2~0.7%포인트 낮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DSR 3단계 시행되면 대출 더 어려워진다니까 이번 기회에 낮은 금리로 주담대 신청했다”며 “요즘 아침마다 앱 열면 ‘오늘 분량 소진’이라 너무 빠듯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도 대출 ‘완판’…연 3%대 주담대에 수요 집중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역시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은 3.84~3.98% 수준의 주담대 금리를 제시하면서, 영업 개시와 동시에 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은 주요 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대면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확대했으며, 국민은행은 대면 5년 고정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에 대해 0.10%포인트의 신규 우대금리를 도입하는 등 ‘금리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7월부터 DSR 3단계 적용…“지금이 마지막 기회?”
금리 인하와 맞물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DSR 3단계 규제가 대출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수도권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에 일괄적으로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를 한층 까다롭게 만든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는 “이대로면 다음 달부턴 대출 거의 막힐 수도 있다”며 “규제 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은행들 금리 조금씩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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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대출 수요에 은행권은 서둘러 수급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은 일부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사실상 대출금리를 높여 수요를 억제하려는 의도다.
◆전문가 “단기 혜택보다 장기 리스크 따져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출 쏠림 현상이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DSR 3단계 시행 전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폭증일 뿐 아니라 은행의 수신·여신 균형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과도한 금리 인하 경쟁은 단기적으로 점유율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해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낮다고 무턱대고 받기보다는 앞으로 상환 계획도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급 조절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 대응 차원의 자구책”이라며 “소비자들도 단기적인 금리 메리트에만 집중하지 말고, 향후 금리 변동과 상환 능력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