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형 청소차 도입됐지만…청소차에 매달린 환경미화원'아슬아슬'

작성일: 2025-05-15

전북 저상형 청소차 68대 보급됐으나 여전히 미화원들은 차량 뒤에 매달려 작업

지자체, 저상형 청소차 설계 개선과 클린하우스 등 쓰레기 수거 거점 설치 검토

주행 중인 청소차 뒤에 매달린 환경미화원. 김경수 기자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저상형 청소차가 보급됐지만 미화원들은 여전히 차량 뒤에 매달려 위험천만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불편한 차량 구조 때문인데, 미화원들은 작업 현장을 반영한 설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14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해 청소차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도를 따라 쭉 주행하고 있는 청소차 뒤에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이 매달려 있었다. 다음 날 오전 덕진구의 도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청소차 뒤에는 두 명의 환경미화원이 매달려 길가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었다. 매달려 가는 내내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최모(40대)씨는 “바빠서 저럴 수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너무 위험해 보인다”며 “사고라도 발생할까봐 보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미화원들이 위태롭게 청소차 발판에 매달려 작업을 하는 이유는 불편한 구조 탓이 크다. 한정된 시간에 넓은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환경도 이러한 작업을 부추긴다.

송호영 전주시청 노동조합 위원장은 “저상형 청소차의 불편한 구조와 거점 없이 길가에 넓게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 뒤에 매달려 작업하는 분들이 있다”며 “현재 저상형 청소차에 마련된 공간은 중간이 막혀있어, 운전석 쪽에 탑승한 분들은 차도에 하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탑승 공간 자체도 굉장히 협소해 키가 170㎝만 넘어도 타기가 힘들다”며 “명확한 수거 거점도 없다 보니 쓰레기를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차량 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지자체는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해 청소차 설계 개선을 건의하고, 쓰레기 수거 거점 설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해당 저상형 청소차는 환경부에서 설계해 보급하고 있는 만큼 도에서 임의로 개선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불편 사항을 환경부에 전달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환경미화원들의 불편을 알고 있어 클린하우스 등 쓰레기 수거 거점 설치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상가 지역의 경우 토지 매입과 관리 인원 배치에 쓸 예산 문제로 인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 참여 예산으로 설치가 가능한 지역부터 시범 운영 후 확대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상형 청소차는 기존 청소차 뒤 발판에 매달려 위험하게 작업해야 했던 환경미화원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운전석 뒤편에 타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설치된 차량이다. 지난해 양산시에서 청소차 뒤 발판에 매달려 작업을 하다 떨어진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등 청소차 관련 사고가 계속해 발생하자, 전국에 저상형 청소차 도입이 진행됐다. 전북자치도 지자체들 역시 저상형 청소차를 적극 도입해 도내에 총 68대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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