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이 조용해야 하루가 편하다
하루는 욕실에서 시작되고, 욕실에서 마무리된다.
그 시작과 끝이 편안하면
그날의 리듬도 부드럽게 흘러간다.
요즘 사람들은 욕실을 단지 씻는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몸을 씻는 동시에 마음도 씻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욕실이 조용해야 한다.
물소리만 들리고,
문을 닫으면 세상과 단절되는 그 고요함.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말도, 어떤 소리도 필요 없다.
욕실은 감각을 재정비하는 곳이다.
하루 동안 받은 자극들을 지워내고
새로이 정리하는 장소.
그래서 욕실의 설계는 감각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작업이다.
바닥 타일의 온도,
벽면의 재료감,
물줄기의 방향,
수건이 닿는 위치.
이 모든 것이 몸의 기억과 연결된다.
빛도 중요하다.
욕실은 자연광이 들지 않아도 되지만
조명이 지나치게 밝으면 마음이 쉬질 못한다.
은은한 벽등 하나, 따뜻한 전구빛이면 충분하다.
또 하나,
소리를 다루는 구조가 필요하다.
문을 닫았을 때 외부 소음이 줄어들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적절히 울릴 수 있도록.
방음과 잔향은 편안함을 만드는 디테일이다.
요즘은 작은 욕실 안에도 의자를 놓는 사람이 있다.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 위한 자리.
세면대 옆 작은 선반 하나가
삶의 루틴을 더 부드럽게 만든다.
마무리하며
욕실은 기능적인 공간이지만,
그 기능 속에 감정을 숨기고 있다.
씻는다는 행위는 결국 정리하고 비우는 일이다.
욕실이 조용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말은
몸을 씻는 시간만큼
생각도 정리되고, 감정도 내려앉기 때문이다.
건축은 그 고요함을 어떻게 담아낼지를
조용히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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