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보는 집

작성일: 2025-05-27 1:44

빛과 바람을 들이는 방식보다, 시선을 내보내는 감각에 대하여

좋은 창이란

크거나 많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창은 넓지만 공허하고,

어떤 창은 작아도 기억에 남는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창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게 하느냐다.

창은 외부를 들이기 위한 구조이자

내부에서 바깥을 향해

감정을 환기시키는 구조다.

그래서 창의 위치, 높이, 시선의 방향은

그 집이 어떻게 숨 쉬는지를 결정한다.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만이 아니라

그 빛이 어떤 시간대에,

어디에 떨어지게 할지를 상상해야 한다.

바람이 통하는 통로뿐만 아니라

그 바람이 어느 순간

창을 스치며 어떤 소리를 남기는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창에 앉는 사람이

밖을 볼 때

무엇을 보게 되느냐다.

벽 너머의 풍경,

하늘의 높이,

나무의 움직임,

이웃과의 거리,

도시의 흐름.

이 모든 것은

설계자의 선택이다.

작은 창 하나로

마음이 안정되는 방이 있다.

프레임 하나만으로

외부와의 거리가 조절되는 공간이 있다.

때로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더 깊은 감정을 만들기도 한다.

반투명 유리, 작은 틈,

앉았을 때만 열리는 시선.

그건 창이 아니라

공간의 태도다.

창은 빛을 들이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외부로 흘려보내기 위한 구조이기도 하다.

좋은 창을 만든다는 건

좋은 뷰를 찾는 게 아니라,

좋은 시선을 조율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 집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창설계 #시선의건축 #빛과프레임 #창밖의심리 #c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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