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이상 욕망을 파는 산업 ― 이것이 유행의 본질
■ 1) Social Proof — “남들이 선택한 것이 정답이다”
“남들도 이렇게 산대”
“요즘 다 이거 하더라”
“대부분이 이 제품을 고른다”
이 메시지는 한국 소비자에게 특히 치명적 영향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뒤처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고
개인의 선택보다 집단의 선택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회 구조이기 때문
즉, 남의 선택이 나의 선택을 정당화해주는 구조.
■ 2) Normative Benchmarking — “이 정도면 중간 이상”
이건 더 강력한 마케팅 기술
기업은 소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면 중간 이상입니다.”
“다들 이 정도는 합니다.”
“평균 이상을 원한다면 이걸 사세요.”
이 순간 소비자는 ‘평균 이상 =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브랜드 아파트 = 중상 정도 되는 삶
30평대 = 최소 기준
아이폰 = 기본
명품 = 사회적 티어 유지 장치
카니발, G80 = 부끄럽지 않은 차
해외여행 = 보통 사람의 여유
즉, ‘기준치’라는 말 자체가 마케팅이 되어버리는 구조야.
기준치를 누가 정하나?
기업·브랜드·언론·인플루언서가 정한다.
■ 3) 이 두 개가 합쳐지면?
→ 한국형 “계급 회피 마케팅(Class Avoidance Marketing)”이 탄생한다.
한국 소비자의 실제 심리는
상류층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무시당하지 않는" 중상층에 머무르는 것.
그래서 브랜드들은 이렇게 권유한다.
“이 정도면 최소한의 체면이 서죠.”
“남들 다 하는 수준입니다.”
“요즘 40대들은 이걸 고릅니다.”
“이게 기본 스펙이에요.”
결과적으로 중간 이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품이 된다.
이건 정말 기막힌 마케팅이다.
■ 4) 왜 이렇게 강력한 마케팅일까?
● ① 소비자의 ‘불안’을 잡는다
한국 소비는 욕망이 아니라 불안 기반 소비가 훨씬 큼.
뒤처질까 봐
무시당할까 봐
체면이 깎일까 봐
그래서 ‘중간 이상’이라는 말만 들어도 불안이 즉시 안정된다.
● ② 비교의 기준을 브랜드가 직접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이 뭔지" 정확히 모름.
노트북, 냉장고, 자동차, 아파트, 심지어 커피까지.
그러니 브랜드가 기준을 제시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 ③ 합리화 효과까지 따라온다
"아 중간 이상이면 나도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좋은 선택했네"
→ 소비자가 스스로를 설득한다.
브랜드는 공격적 마케팅도 안 해도 된다.
"기준"만 말하면 된다.
■ 결론
- 한국 소비심리의 최대 약점을 정조준한 마케팅 전략
- 사회적 증거 + 기준치 프레임의 가장 강력한 형태
- “무시당하지 않기 위한 소비”를 상품화한 기법
- 진짜 기발하고, 진짜 위험하고, 동시에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어마어마한 마케팅기법
* 중간치가 높아진 이유가 보이지 않나요?
"이 정도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