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과잉에 대한 반작용 – 덜 보여주는 것이 더 오래가는 이유
자극보다 여운, 이미지보다 감정이 오래 간다
화면은 넘쳐난다.
매끈한 이미지, 화려한 색감, 완벽하게 정돈된 인테리어 사진.
하지만 묘하게도
그런 공간일수록 ‘지금 거기 있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비주얼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무엇이든 ‘보여야 한다’는 강박,
눈에 띄어야 존재할 수 있다는 설계.
그러나, 사람들의 감각은 서서히 피로해지고 있다.
너무 많이 본 것엔 감동이 없다.
그래서 반대로
‘덜 보여주는 공간’이 오히려 오래 기억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예쁘게 연출된 공간보다
잔상이 남는 공간이 오래 사랑받는다.
기능은 그대로지만, 조도가 낮은 조명.
전체 조망 대신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풍경.
말하자면 ‘설명하지 않는 설계’가 주는 깊이.
우리는 종종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한다.
“이 구조는 이런 이유고요, 여기는 이런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공간은
모든 걸 말하지 않아야 더 궁금해지고, 더 편안해진다.
비워둔 벽, 단순한 선,
의도적으로 남긴 어둠.
이런 디테일이 감정의 여지를 만든다.
이제 설계자는
전시장이 아닌 생활의 밀도를 설계해야 한다.
즉시 반응하게 하는 공간보다
머무르며 스며드는 공간을 만들 때,
그 공간은 오래 살아남는다.
‘보여주기 위해 지은 집’과
‘살기 위해 만든 집’의 차이는
몇 년이 지나야 드러난다.
건축가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덜 보여주는 용기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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