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 바닥에 인조잔디.. 왜 깔지?
우리 현장 옥상 한번 보시죠.
지금 보시는 게, 마감까지 다 끝난 상태입니다.
언뜻 보면 깔끔한 옥상인데, 바닥이 좀 낯설죠.
인조잔디를 깔아놨습니다.
축구장처럼 띠도 줄 맞춰서 딱딱 놓여 있고요.
자, 질문 하나.
옥상 바닥에 이 인조잔디를 왜 깔아놨을까요?
단순히 예쁘라고?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방수층 보호입니다.
외기에 그대로 노출된 옥상은,
당연히 방수를 먼저 제대로 해야 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상태가, 옥상에 우레탄 도막 방수를 싹 해놓은 모습이고요.
이 위에 바로 인조잔디를 붙이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게 요즘 옥상 마감의 흐름입니다.
왜 이렇게 인조잔디를 까는지,
그리고 옥상 방수할 때 어떤 걸 주의해서 봐야 하는지
순서대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예전 방식부터 볼게요.
인조잔디가 등장하기 전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기본 구조는 똑같습니다.
옥상 슬라브 콘크리트 타설하고,
바닥 바탕 면 정리 깔끔하게 한 다음,
그 위에 우레탄 방수를 합니다.
이때 쓰는 우레탄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검정색: 비노출 우레탄
회색: 노출 우레탄
이 둘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
자외선에 노출되면 방수 성능을 보장할 수 없으면
그건 비노출 우레탄입니다.
그래서 비노출 우레탄은
반드시 그 위에 뭔가를 덮습니다.
예를 들면:
실내 바닥: 방수 위에 타일 시공
지하주차장 지붕: 방수 위에 보호 콘크리트 타설
이렇게 방수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 쓰죠.
반대로, 옥상처럼 방수층이 하늘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은
노출 우레탄을 사용합니다.
단독주택 옥상 녹색 칠해져 있는 거,
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이거랍니다.
“왜 한국 단독주택 옥상은 다 똑같이 초록색이냐?”
어쨌든 이런 게 다 노출 우레탄입니다.
제조사에서,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성능이 괜찮다고 하는 제품들이죠.
예전 방식은 이랬습니다.
구조체 콘크리트
비노출 우레탄 방수
방수 후 담수 시험으로 누수 확인
그 위에 보호용 콘크리트 타설
이 보호 콘크리트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방수층 손상 방지
자외선 차단
그래서 방수층 위에 콘크리트를 덮어서 보호해준 거죠.
그런데 이 콘크리트가 문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옥상은 여름엔 뜨겁고, 겨울엔 차갑고,
1년 내내 혹독한 온도 변화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럼 콘크리트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결과는 균열입니다.
그래서 균열을 어느 정도 컨트롤하려고
바둑판 모양으로 줄눈을 미리 썰어줍니다.
줄눈 폭: 6mm
깊이: 콘크리트 전체 두께의 1/3 정도
이걸 크랙 유도 줄눈이라고 합니다.
“균열 날 거면 여기로 나라” 하고 길을 잡아주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줄눈을 넣어줘도
옥상 콘크리트에는 균열이 엄청나게 많이 생깁니다.
실제로 올라가 보면, 논바닥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바로 그 아래층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위에 한 겹 얹혀 있는 게 저 꼴인데, 붕괴되는 거 아닌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입니다.
콘크리트 타설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양생 관리도 해줘야 하고
줄눈도 잘라줘야 하고
이런 습식 공정 자체가 번거롭고 리스크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는
“가능하면 습식 공사를 줄이자”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서 나온 게,
바로 콘크리트 보호층을 없애고, 건식 마감으로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오늘 보여드린
“노출 우레탄 + 인조잔디” 조합입니다.
그럼, 왜 굳이 인조잔디일까?
첫째, 방수층 보호
인조잔디가 외부 충격과 마찰을 한 번 더 받아주기 때문에
방수층 자체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외선 차단
인조잔디가 자외선을 먼저 맞기 때문에
그 아래 노출 우레탄 방수층의 열화 속도가 늦춰집니다.
셋째, 미관
콘크리트에 크랙이 잔뜩 보이는 것보다
깔끔한 잔디 마감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인조잔디가 나중에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방수층은 노출 우레탄으로 한 번 더 안정적으로 잡아두고,
그 위에 잔디를 얹는 구조로 가는 겁니다.
노출 우레탄이 비노출보다 약 40% 정도 비싸긴 하지만,
옥상 전체 라이프사이클로 보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방식인 거죠.
이제, 옥상 방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바로 드레인 주변 디테일입니다.
옥상 바닥 전체는 콘크리트라
여름·겨울 온도 변화로 균열이 가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드레인 주변은
구조체에 구멍이 뚫려 있는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판 구조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거라
여기가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팽창·수축할 때 응력이 집중되기 좋은 위치죠.
그래서 드레인 주변은 반드시 별도 처리를 해줘야 합니다.
드레인 주변 콘크리트를 약 20mm 정도 더 깊게 파내고
그 부분을 탄성 있는 우레탄 재료로 가득 채워 줍니다.
이렇게 하면:
드레인 주변이 주변 바닥보다 조금 더 낮아지기 때문에
사방에서 물이 더 잘 모여 빠지고
구조체 콘크리트와 드레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탄성 재료가 흡수해 줘서
균열이나 누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바닥 경사(구배)입니다.
옥상에 물이 고여 있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바닥 전체를 드레인 방향으로
보통 1/100 정도 구배를 줍니다.
1/100이라는 뜻은, 10m 갈 때 10cm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도면에서 화살표로 방향 표시해놓고,
각 구역별로 물길이 드레인으로 향하도록 설계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실내 바닥과의 레벨 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공간,
옥상층에 붙어 있는 기계실 출입문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드레인이 바깥에 있고,
바닥은 드레인 쪽으로 경사가 나 있습니다.
그 얘기는,
드레인과 가까운 바닥이 가장 낮고,
실내 쪽 바닥은 상대적으로 높게 잡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걸 골조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드레인 쪽으로 경사를 주느라
문 앞 바닥 레벨이 올라감
결과적으로, 실내 바닥이
외부 바닥보다 낮아지는 상황 발생
문 열고 들어가면,
실내가 바깥보다 더 낮은 반지하 느낌이 되는 겁니다.
물이 넘어올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특히 펜트하우스처럼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과 붙어 있는 옥상에서는
절대 이렇게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
골조 설계할 때부터
층고를 여유 있게 잡고 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드레인에서 실내 벽까지 거리가 10m라면
1/100 구배를 줄 경우
실내 쪽 바닥이 드레인보다 10cm 높아야 합니다.
그럼 실내구조는:
구조체 층고 자체를 최소한 그 10cm 이상 더 확보해 두고
마감 단계에서 외부 경사, 내부 바닥 높이를 조정해서
최종적으로 “실내 바닥이 외부 옥상보다 항상 높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내로 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줄고
반지하 같은 답답한 느낌도 피하고
방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설계, 구조, 시공 모두가
처음부터 머릿속에 넣고 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예전 옥상 방수는 비노출 우레탄 위에 보호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이었고,
이때 콘크리트 크랙과 시공 난이도가 문제였다.
최근에는 노출 우레탄 위에 인조잔디를 올려
방수층을 보호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며,
미관까지 챙기는 건식 마감 방식이 늘고 있다.
옥상 방수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 중 하나는
드레인 주변과 바닥 경사다.
드레인 주변은 깊게 파고 탄성재로 채워준다.
바닥은 드레인으로 향하는 구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옥상과 실내가 연결되는 부분은
골조 단계에서부터 층고를 여유 있게 계획해
실내 바닥이 외부 옥상보다 항상 높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이 한 줄입니다.
물은, 절대 고이지 않게 해야 한다.
옥상 방수의 시작도, 끝도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