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사적인 사용법 – 사용자가 완성하는 집
건축은 도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들
우리는 평면을 그린다.
동선을 계산하고, 가구 배치를 고려하고, 조망과 통풍을 다 따진다.
하지만 그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는
설계자가 아니라 사용자만이 안다.
계획된 식탁 자리에 커다란 화분이 놓이고,
수납장 앞엔 늘 벗어둔 외투가 걸린다.
누군가는 창가를 독서용으로,
누군가는 반려견의 놀이터로 쓴다.
그건 설계의 실패가 아니다.
살면서 완성되는 공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요즘은
‘모두를 위한 기능적 공간’보다
‘나만의 리듬으로 쓰는 공간’이 사랑받는다.
즉, 공간에는 정답이 없다.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되고 싶은 자리로 진화해가는 집.
그런 공간은 사용자의 시간 위에 완성된다.
그래서 설계자는
모든 것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열어두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백이 있어야 하고,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가끔은 예상과 다른 방향도 허용해야 한다.
집은
벽과 바닥으로만 구성된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다.
누군가는 부엌을 서재처럼 쓰고,
누군가는 현관 옆 벽에 그림을 전시한다.
그 사적인 사용법이 쌓이고 겹쳐질수록
그 공간은 유일해진다.
그래서 설계는
모든 걸 완성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비워두는 일이다.
공간은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지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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