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조명의 온도

작성일: 2025-05-26 23:41

빛이 차가우면 공간도 차가워진다

화장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머무는 곳이다.

아침에 가장 먼저 발을 딛고,

밤에 가장 마지막으로 조용히 마무리되는 공간.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은 준비하고, 정리하고, 가라앉는다.

그래서 화장실의 조명은

그 집의 리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집들이

화장실에 밝고 하얀 조명을 쓴다.

보기에 깨끗하고

세면이나 메이크업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너무 차가운 조명은

그 공간을 기능적인 장소로 고정시킨다.

쾌적하긴 하지만

머무르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반대로

조금 낮은 색온도,

따뜻한 톤의 간접 조명을 쓴다면

그곳은

단순히 씻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방이 된다.

호텔의 욕실 조명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면 조명보다

바닥이나 벽면에 반사된 부드러운 빛.

거울 뒤로 은은하게 번지는 간접 조도.

이런 디테일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실제 밝기는 충분하지만

느껴지는 체감은 훨씬 부드럽고 깊다.

작은 욕실이라면

조명을 한 가지로 고정하지 않아도 좋다.

아침과 밤의 사용 목적에 따라

두 가지 조도를 나눠도 좋고,

스위치 하나로 전환 가능한 구조도 고려할 수 있다.

조명 하나 바꿨을 뿐인데

화장실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이건 설계보다

감정에 대한 예의에 가깝다.

좁아도 되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조명만큼은

기능보다 감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빛이 닿는 얼굴은

가장 날것의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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