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산으로 안갈려면 / 아이템 집중 금지 / 공법과재료 통합본 / EP113

작성일: 2025-12-02 23:07:23

건축 재료와 공법, 설계자의 시선 vs 건축주의 시선

또 금요일이네요.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상 찍을 내용은 너무 많은데, 오늘은 조금 길어지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건축 공법과 재료를 바라보는 설계자와 건축주의 시선 차이입니다.


구독자의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

한 구독자분이 메일로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이 외장재와 저 외장재, 어느 것이 더 좋은가요? 장단점을 분석해주세요."

이런 질문에 단편적으로 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재료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공법과 재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가치 없는 재료가 다른 사람에게는 최고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좋다, 안 좋다"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생각보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골조 (구조)

주택에서 쓸 수 있는 구조:

  1. 콘크리트

  2. 목구조 (경량목구조, 중목구조, 한옥)

  3. 철골 (경량철골, SRC 포함)

  4. ALC 블록조

  5. 조적조 (내진설계 이후 거의 사용 안 함)

평생 건축하는데 이 5~6가지만 하면 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외장재

  1. 벽돌

  2. 석재

  3. 금속

  4. 세라믹

  5. 타일류

  6. 복합패널

  7. 미장

이게 전부입니다. 어렵지 않죠?

지붕재

  1. 금속

  2. 기와 (진흙 기와, 금속 기와)

  3. 아스팔트 싱글

평생 건축을 하는데 쓸 수 있는 재료가 이게 다입니다.


왜 복잡하게 느껴질까?

생각보다 선택지가 적은데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5 × 7 × 3 = 105가지 조합

구조 5가지 × 외장재 7가지 × 지붕재 3가지로 들어가니까 자꾸 복잡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제로는 많지 않습니다.


설계자 vs 건축주의 관점 차이

설계자의 관점

카테고리로 본다:

건축주의 관점

제품명으로 본다:

자꾸 제품의 특징을 이야기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어떤 제품이라도:

모두 동일합니다.


건식 vs 습식 - 두 가지만 이해하면 된다

외장재 시공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건식 시공

습식 시공

외장재를 다루는 접근 방법이 두 종류밖에 없습니다.


실전 예시: 금속 외장재 + 콘크리트 구조

건축주가 금속재 샘플을 가져왔습니다

"이 금속재로 하고 싶어요. 콘크리트 구조로 하려고 하는데..."

설계자가 고민해야 할 것

연결 방법

금속은 기본적으로 건식 시공입니다.

콘크리트 벽체
    ↓
단열재 설치
    ↓
앵글 프레임 설치 (콜드브릿지 발생)
    ↓
하지털(세로 프레임) 설치
    ↓
금속 패널 부착

문제점

  1. 단열재를 뚫고 앵글이 나옴 → 콜드브릿지 발생

  2. 외부 프레임 시공 → 공사비 상승

  3. 소형 건물에 적합하지 않음 → 효율성 문제

해결 방안


돈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주에게 알려줘야 할 것:

"이 금속재를 쓰려면:

단순히 "이 재료가 좋다, 안 좋다"가 아니라 전체 공사비에서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따져야 합니다.


벽돌의 딜레마

벽돌 건물은 예술입니다

개인적으로 벽돌 건물을 엄청 좋아합니다. 벽돌 건물은 진짜 예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공의 문제

잘못된 시공 방식:

콘크리트 벽체 → 벽돌 시공 → 창호 설치

이렇게 하면:

올바른 시공 방식:

콘크리트 벽체 → 창호 먼저 설치
    ↓
단열재를 창호까지 연결
    ↓
벽돌 시공
    ↓
창호 주변은 벽돌 타일로 마감

현실

우리나라 대부분 건물이 잘못된 방식으로 시공됩니다.

이걸 알고 나니 벽돌 쓰기가 두렵습니다.


실내 마감재도 마찬가지

실내에서 쓸 수 있는 재료:

  1. 노출 콘크리트

  2. 미장 + 페인트

  3. 석고보드 + 페인트

  4. 벽지

이게 전부입니다.

건축주는 자꾸 이것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친구가 물었습니다: "벽지, 신한이 좋아? LG가 좋아?"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재료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다

루이스 칸의 명언

"벽돌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모든 재료는 그 자체로 완성형입니다.

왜 자꾸 비교합니까?

각각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건축은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과 옷

구조 = 골격 (뼈) 외장재 = 옷

정우성처럼 몸매가 좋으면:

저처럼 비례감이 안 좋으면: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과 재료가 안 어울리면 하자 발생

예시: 수평띠 디자인 + 대리석

수평 띠 디자인
━━━━━━━━━ (대리석)
━━━━━━━━━ (다른 재료)
━━━━━━━━━ (대리석)

이런 디자인에 대리석을 고집하면:

대리석이 안 어울리는 디자인입니다.


건축주가 흔히 하는 실수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된 순서:

  1. 벽돌로 하고 싶어요

  2. 지붕은 기와로 하고 싶어요

  3. 이제 설계 시작해주세요

→ 산으로 갑니다

올바른 순서:

  1. 내가 원하는 공간은 이렇습니다

  2. 예산은 이 정도입니다

  3. 가장 합리적인 재료를 찾아주세요

→ 성공적인 집짓기


코너창 + 벽돌 = 재앙

코너창이 있는 건물에 벽돌 외장:

디자인과 재료가 안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예산에 따른 현실

모든 건축주는 돈이 부족합니다

자기 원대로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가장 작게 지은 건물은 1억 천만원 협소주택이었습니다. 그 건축주도 천만원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걸 못 했습니다.

이걸 인정하고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지 찾는 게 집짓기입니다.


설계자가 보는 재료의 가치

아스팔트 싱글

북유럽 30억짜리 건물에도 아스팔트 싱글 씁니다. 우리나라만 "싸구려"라고 생각합니다.

벽돌

예술입니다. 하지만 함수율, 내진설계, 시공법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대리석

엄청 좋은 재료입니다. 하지만 건물 품격에 맞을 때만 멋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건물에 대리석 쓰면 오히려 이상합니다.


재료별 특성 (간략)

벽돌

석재

금속

복합패널

목재


건축주가 고민해야 할 것

디테일이 아닌 큰 그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


비유: 세계일주 계획

잘못된 접근

"세계일주를 하고 싶은데..."

이동 수단도 정하지 않았는데 부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접근

  1. 비행기로 갈까? 차로 갈까? 배로 갈까?

  2. 차라면 세단? SUV? 트럭? 밴?

  3. 예산은 얼마?

  4. 그에 맞는 엔진과 부품 선택


재료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예시

벽돌로 설계했는데:

그럼 바꿔야 합니다.

벽돌에 목숨 걸 필요 없습니다. 비슷한 색감의 다른 재료로 대체하면 됩니다.

건축은 조합입니다.


현실: 100% 만족은 없다

평생 건축하면서:

전체 맥락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을 찾는 게 건축입니다.


개인적 취향 (소장님의 경우)

다시 짓는다면?

구조:

외장:

지붕:

하지만 이것도 예산과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가장 비싼 재료는?

지붕

티타늄, 아연징크

외장

현실


결론

건축 재료와 공법의 진실

  1. 모든 재료는 존재 이유가 있다

  2. 좋고 나쁨이 아닌 합리성으로 판단

  3. 선택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4. 디테일보다 큰 그림이 중요

  5. 예산에 맞춰 최선을 찾는 것

건축주에게

설계자로서

모든 재료는 그 자체로 완성형입니다. 비교하지 말고,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가장 합리적인 조합을 찾아주는 것이 우리 역할입니다.

좋은 건축은 가장 비싼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재료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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